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강남몽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10/06/25)
읽은날 : 2010/11/01


강남몽  강남의 한 백화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졌다. 500여명이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흙더미에 묻혀 사망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사건이 서울시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성수대교와 함께 우리나라의 부실공사, 나아가 졸속경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백화점이 무너지기 몇 해 전, 군대 휴가를 나왔던 나는 그 옆을 걷고 있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법원 건물을 지나 핑크빛으로 치장한 백화점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시내에 자리 잡은 다른 백화점에 비해 아파트 단지 속에 파묻혀 있는 백화점이라 장사가 잘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강남의 부자들이 많이 출입하는 명품 백화점이라는 사실은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강남몽>의 박선녀도 대성백화점에 매몰되었다. 그녀는 대성백화점의 김진 회장의 둘째 부인으로 과거 룸살롱과 부동산을 통해 상당한 부를 모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백화점 잔해더미에 묻혀 구조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소설은 그녀와 남편(김진 회장), 그 주변의 인물들의 과거사를 통해 우리한국의 현대사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후의 경제성장기의 흥망을 살펴본다.
 미국의 주요 역사적 사건의 중심을 두루 거치며 살아온 <포레스트 검프>의 일생처럼 일제 강점기와 해방, 신탁통치와 친일파의 득세, 좌우의 대립과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과 군사정권, 조직폭력배들의 할거, 경제계발과 부동산 열풍, 정경유착과 각종 비리, 과소비와 빈부격차 등의 역사 현장들을 두루 거쳐간다.
 하지만 작가의 개입이 지나쳐 보였다. 인물과 사건을 통한 이야기의 전개라기보다는 전지적 화자의 서술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한국 현대사에 관련한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굵직한 사건들의 평이한 나열이 소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내용 역시 위압적인 분위기가 많았다. 대한민국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인지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서민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심지어 주먹질이든 우리나라의 권력층의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문열의 <영웅시대>와 <변경>,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한강>, 박경리의 <토지> 등의 대하소설이 그러하듯 '역사'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인생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것까지야 좋았지만 특정 부류의 집단을 소재로 삼았기에 갖는 한계성은 넘어서질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서울에서 떠밀리며 어렵게 생활해왔던 점순네가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나머지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소품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서울공화국. 그곳의 핵심 노른자위를 차지했던 강남. '강남'은 꿈(夢)을 꾸기 시작했다. 네온사인 아래에서 술에 취한 돈을 끌어 모으기도 했고, 재개발 열품과 건설 붐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들어섰다. 돈이 땅을 모으고 땅이 돈을 벌면서 수많은 졸부가 탄생했다. 밤의 세계를 지배하며 엄청난 이권을 확보했고 악착같은 노력으로 자신의 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파노라마는 한순간의 먼지와 함께 매몰되었다. 빛나던 서울, 강남의 역사가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빛나는 역사 속에 숨겨진 '매몰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지나친 과욕은 희뿌연 먼지와 함께 또 다른 재앙을 가지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6968
등록일 :
2011.05.09
23:39:03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84&act=trackback&key=05e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88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sort
39 한국 수난 이대 (외) - 하근찬, 이범선 freeism 7664   2011-05-09 2011-05-09 23:12
수난 이대 (외) 지은이 : 하근찬, 이범선 출판사 : 소담출판사 (2002/10/10) 읽은날 : 2010/07/30 수난 이대 - 하근찬 징용으로 끌려간 탄광에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만도)와 전쟁 중에 역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진수)의 ...  
38 한국 A (에이) - 하성란 freeism 9049   2011-05-09 2011-05-09 23:38
A (에이) 지은이 : 하성란 출판사 : 자음과모음 (2010/07/30) 읽은날 : 2010/10/27 <A>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쓰였다고 했다. 먼저 광신도들의 집단자살사건으로 기억되어 있던 오대양사건을 검색해 봤다. “1987년 8월 경기...  
» 한국 강남몽 - 황석영 freeism 6968   2011-05-09 2011-05-09 23:39
강남몽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10/06/25) 읽은날 : 2010/11/01 강남의 한 백화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졌다. 500여명이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흙더미에 묻혀 사망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사건이 서울시 한...  
36 한국 병신과 머저리 - 이청준 freeism 9079   2011-05-09 2011-05-09 23:40
병신과 머저리 지은이 : 이청준 출판사 : 열림원 (2001/12/15) 읽은날 : 2010/12/15 장편소설 12권, 중단편소설 10권, 연작소설 3권 등으로 이루어진 <이청준 문학전집> 중에서 주제별로 정리된 중단편집이다. 여기에 실린 중단편...  
35 한국 덕혜옹주 - 권비영 freeism 7292   2011-05-09 2011-05-09 23:50
덕혜옹주 지은이 : 권비영 출판사 : 다산책방 (2009/12/21) 읽은날 : 2010/12/20 요즘 최고로 뜨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면서 표절 문제로 시끄러운 작품이다. 덕혜옹주를 평생 동안 연구해왔다는 혼마 야스코(일본인)의 <덕혜옹주 ...  
34 한국 싱커 - 배미주 freeism 9422   2011-05-09 2011-05-09 23:53
싱커 지은이 : 배미주 출판사 : 창비 (2010/05/15) 읽은날 : 2010/12/30 갑자기 시간이 무한정 남아돌기 시작했다. 간병인으로 환자 옆을 지킨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몰려오는 졸음으로 시...  
33 한국 설계자들 - 김언수 freeism 5913   2011-05-11 2012-10-16 23:49
설계자들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8/15) 읽은날 : 2011/01/03 호젓한 숲을 찾아 자리를 편다. 러시아제 7.62구경 드라구노프를 조립하며 오늘의 목표물을 생각한다. 망원렌즈에 초점을 조정하고 목표물을 확인...  
32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621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31 한국 허수아비춤 - 조정래 freeism 5352   2011-05-11 2011-05-11 00:17
허수아비춤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0/10/01) 읽은날 : 2011/02/08 "화염병을 앞세우고 가투에 몸 던졌던 그때 군부독재를 물리치는 '정치민주화'만 꿈꾸었던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루 혜택을 누리며 살...  
30 한국 왕을 찾아서 - 성석제 freeism 6031   2011-06-17 2011-06-19 02:01
왕을 찾아서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11/02/15) 읽은날 : 2011/06/1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  
29 한국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1] freeism 5618   2011-09-28 2011-09-28 12:07
내 젊은 날의 숲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10/11/02) 읽은날 : 2011/09/27 소설이라기 보다는 숲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산문집 같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침 수목원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솔가지에 매달린 이...  
28 한국 낯익은 세상 - 황석영 freeism 4719   2011-10-12 2011-10-12 11:30
낯익은 세상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5/19) 읽은날 : 2011/10/11 "도시 사람들은 멀쩡한 음식들을 미처 먹어치우지 못하고 묵히다가, 또는 너무 많이 먹다먹다 질려서 버려대고 있었다. 비닐 속에서 녹아 ...  
27 한국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freeism 4626   2011-11-06 2011-11-07 21:4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예담 (2009/07/20) 읽은날 : 2011/11/05 조르바는 거침이 없고 대담하고 섬세했으며 야성적이었고 원초적이었고 감성적이었으며 사려깊었다. 순박하지만 저돌적이었고 따뜻하...  
26 한국 7년의 밤 - 정유정 freeism 6078   2012-01-15 2012-01-15 23:50
7년의 밤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11/03/23) 읽은날 : 2012/01/15 책 표지를 넘기자 목차가 보이고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깔끔하고 정갈해서 좋다. 어떤 책은 책머리에 작가의 말이니 뭐니 해서 사족이 ...  
25 한국 고래 - 천명관 freeism 6247   2012-02-12 2012-02-12 07:33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2004/12/24) 읽은날 : 2012/02/11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