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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Moby Dick)

지은이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출판사 : 문학동네(2019/07/22, 초판:1851)
옮긴이 : 황유원
읽은날 : 2020/01/21

 

 

모비 딕(Moby Dick)

  1820년 11월 20일 포경선 에식스호는 남태평양에서 '거대한 향유고래’와 충돌해 침몰했다. 구명보트 세 척에 나눠탄 선원들은 남아 있던 비상식량이 바닥나자, 인육으로 연명했다. 석 달 넘는 표류 끝에 8명이 살아남았다. 포경선원으로 일한 멜빌은 1840년대에 낸터킷을 방문해 이 에식스호의 생존자이자 일등항해사였던 오언 체이스의 조난기를 읽었다. 19세기 최대의 해양참사로 알려진 이 비극은 소설 <모비딕>이라는 고전으로 재탄생한다.
(출처 : 낸터킷을 세계적인 해양 여행 명소로 만든 ‘모비딕’의 ‘마법’)


  나를 이슈미얼로 불러달라. 나는 고래 자체가 주는 압도적인 느낌에 매료되어 미국에서 포경업이 시작된 낸터킷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야만족 퀴퀘그를 만났다. 그는 폴리네시아 왕의 아들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이었지만 고래잡이를 동경하고 있는 데다 순수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해 나와 동행키로 했다.
  우리는 에이해브가가 선장인 피쿼드호에 탔는데 그는 지난번 고래잡이에서 모비 딕이라 불리는 흰색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잃었다. 이 때문인지 선장은 고래잡이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모비 딕을 잡고 말겠다는 복수심이 앞섰다. 하지만 용감하고 침착한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이런 선장의 모습을 걱정했다.
  출항 후 첫 번째 출격! 모선에서 출발한 네 척의 보트는 저기 보이는 고래 떼를 향해했지만 거친 파도와 스콜, 안개로 인해 고래도 놓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고래에 부딪혀 보트가 전복되면서 겨우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등항해사인 스터브가 향유고래를 잡았다. 잡은 고래는 포경선에 매단 체 해체되는데,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 때문에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향유고래 머리에서 최고급 기름인 경뇌유를 추출하던 중에는 선원 한 명이 고래 머릿속에 갇혀 수장될 위기에 몰렸지만, 퀴퀘그의 용기와 노련함으로 무사히 구출해내기도 했다. 
  피쿼드호는 다른 포경 보트와 힘겹게 경쟁하거나, 스터브의 멋진 창 던지기로 고래를 잡기도 했다. 그리고 커다란 고래무리 가운데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리기도 했고 선원 한 명이 조난되는 등의 일을 겪으며 고래를 잡아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났다. 이틀 간의 긴 추격과 싸움으로 보트를 부서지고 선원 한명도 죽었다. 추격 사흘째 되는 날, 모비 딕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질질 끌리는 밧줄과 작살과 창으로 너저분한 모습이 된 거대한 형체가 바다로부터 세로로 비스듬히 솟아올랐던 것이다. 그것은 늘어진 얇은 베일 같은 물안개에 가려진 채 잠시 무지개가 뜬 대기 중에 머무르고는 다시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수면 위로 30피트까지 솟아오른 물은 분수가 뿜어 올린 물기둥처럼 일순간 번쩍하더니, 산산이 부서져 눈송이처럼 쏟아져내렸다. 고래의 대리석 같은 몸뚱이 주변의 수면은 갓 짜낸 우유처럼 물거품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쳤다.“(<모비 딕> 2권 501페이지)

  <모비 딕>은 <백경>이라는 이름으로도 번역되기도 했는데 1,0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이다. 하지만 “도대체 고래는 언제 나타나는 거야?”라고 반문할 정도로 ‘고래 사냥’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백색 향유고래 모비 딕과 피쿼드호 선원들 간의 사투라든가 포경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보다는 고래는 어떤 종류가 있고, 고래잡이는 언제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고래기름은 어디에 사용되고 어떻게 얻는지, 포경선과 포경 보트의 구조와 용도는 어떻게 되는지 백과사전처럼 설명한다.
  그렇다 보니 모비 딕을 쫓는 중심 이야기의 맥은 자주 끊어지고 지루함마저 들게 한다. 고래 이야기에서 포경과 그 주변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래사냥 언저리의 이야기가 책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150년 전에 출판되어 오늘날까지 두루 읽히고 있는 세계적인 고전이라는 타이틀이라도 없었다면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슈미얼과 함께 포경선에 오른 퀴퀘그, 스타벅의 비중이 작은 것도 아쉬웠다. 소설 초반부의 강렬한 등장신에 비해 이렇다할 역할이 없었다. 모비 딕과 대척점에 선 에이해브 선장을 도와주거나 대립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모호하거나 매끄럽지 못한 텍스트가 종종 보였다. 고르지 못한 중계 사정으로 중요한 장면을 놓쳐버린 경우처럼, 고래와의 긴박한 승부에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원문 자체가 그런지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모비 딕이라는 이름은 거대하다는 의미의 모비(Moby)와 성기를 의미하는 딕(dick)의 합성어로, 한마디로 “거대한 거쉬기~”라는 말인데, 실제 에식스호는 물론 여러 포경선을 공격했다는 한 사나운 향유고래에서 따왔다고 한다. 모카 딕으로 불렸던 이 향유고래는 포경선이 다가오면 도망가는 다른 고래와는 달리 머리와 꼬리를 이용해 포경선과 선원을 공격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사납게 몸부림치는 고래를 보고, 격정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는 성난 남성을 생각해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또한, 세계적인 커피점인 스타벅스의 이름이 여기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따왔다는 것. 원래는 배의 이름인 피쿼드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공동 창업자가 스타벅으로 바꾸자고해 복수형인 s를 붙여 오늘날의 이름이 태어났다고 한다. 모비 딕이 휘젓고 다니는 거친 바다의 비릿한 향기나 암갈색의 구수한 커피향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 같다. 이제 커피를 마시더라도 폭주하는 모비 딕을 차분하게 대적하는 스타벅이 생각날 것 같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고래 뼈는 많이 봤지만 살아있는 고래는 2015년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처음봤다. 반달 모양으로 유명한 몰로키니 섬으로 스노클링을 하러 가던 중 울렁이는 파도 사이로 퓨우~하고 수증기를 뿜어내던 고래를 볼 수 있었다. 먼발치에서 고래의 등만 살짝 보였을 뿐이지만 수면 아래 커다랗게 존재할 고래의 여유로움을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고래는 그 모양과 크기, 움직임,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했다. 머리부터 시작해 등과 꼬리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선이 엄마의 포근한 가슴선이나 고향 마을의 아늑한 산세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지구상의 어떤 생명보다도 거대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는 거친 바다를 이겨낼 강한 힘이 있다. 그래서 고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옛 선사의 소박하고 부드럽지만 강한 정신세계를 보는 것 같이 경건해진다. 

  <모비 딕>은 고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책이다. 고래 이외의 부분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동경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응징의 대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고래의 거대함만으로도 우리 가슴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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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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