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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페스트(La Peste)

지은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옮긴이 : 유호식
출판사 : 문학동네(2015/12/26, 초판:1947)
읽은날 : 2016/09/04

 

 

페스트(La Peste)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뜨거웠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숨이 막혔다. 외출이라도 하려면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의 심정만큼 비장한 결심을 해야 했다. 이런 답답함은 에어컨 밑에 있는 그 순간만 제외하면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설상가상으로 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다. 이야기의 각 부분들이 잘 연결되지 않았고 꼬부랑 이름의 등장인물은 날 계속 헛갈리게 했다. 이는 카뮈의 책이 어렵고 난해할 거라는 내 선입견과 맞물려 더욱 읽는 속도를 더디게 했다. 그렇다고 페스트가 퍼진 오랑 시의 암울함마저 뒤덮는 것은 아니었다.

 

  페스트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균이 옮겨져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흑사병이라고도 하며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물론 지금은 많이 기술이 발달해 많이 안전해졌지만). 그래서 옛날에는 이 병이 한번 돌면 도시는 물론 국가 기능까지 마비될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다고 한다.

  이런 페스트가 오랑 시에서 발병해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도시의 모든 출입구가 통제되면서 사람들의 이동도 제한되었다. 개인의 사생활은 없어지고 사회활동마저 제한되었다. 의사인 리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환자를 치료하며 치료제 개발에 노력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어 갔고 페스트는 물론이고 단절된 현실과 고립된 자신과도 싸워야했다.

  <페스트>에서 급속하게 퍼지는 전염병은 가족이나 친구, 이웃과의 이별을 가져왔고, 죽음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페스트가 장기화되고 불안과 통제가 오래될수록 개인감정과 건강상의 문제 넘어 인간에 대한 존재가치까지 흔들어놓았다.

  개인의 삶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극도로 통제된 상황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역경이 닥쳤을 때 흔히 좀 더 노력해 현실을 극복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버린 상황이라면?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외부의 환경과 끝까지 맞서 싸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새로운 질서 속에 자신을 적응시켜 나갈지도 모른다. 혹은 종교나 초월적인 존재에 기대어 현실을 외면하고자 도망치는 경우도 있겠다.

  지나간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하듯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 또한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닥치지 않은 불행을 위안 삼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무시해버릴 수도 있으리라. 이런 단절은 고통의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는 외적인 고립보다 더 무서운 이 아닐까 싶다.


  페스트가 뒤흔든 오랑시의 모습은 온갖 거대한 난관에 가로막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인간이란 원래 나약한데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라 현실에 타협하거나 순응한다고 해서 함부로 돌을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거대한 벽 앞에 근시안적인 대처법으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모습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안쓰러웠다. <페스트>는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전염병이었다.

 

  숨을 틀어막는 무더운 날씨에 갇혀버린 나는 페스트가 뒤덮은 답답한 도시 속에 홀로 남겨진 것 같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1536
등록일 :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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