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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괴물 (1, 2)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2/08/08)
읽은날 : 2002/10/24


괴물 책을 구입한 뒤 읽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오히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즐겁게 다가온다. 장롱 뒤에 숨어있을 꿀단지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입 속에 침이 고이듯 '이외수'라는 이름만으로도 진한 묵향을 느끼게 된다.


신선하고 감동적인 <꿈꾸는 식물>에서의 첫만남. 그리고 <들개>, <칼>, <사부님 싸부님>, <벽오금학도>로 계속되는 치열함과 즐거움, <산목>에서의 아쉬움과 <외뿔>에서의 실망감 등 20대를 함께 했었던 외수 형님의 소설을 오랜만에 마주한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책을 펼치지만, 손은 자꾸만 책표지를 쓰다듬게 된다.


괴물,
서로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 스스로를 인식하며 결국에는 독립된 공간속에서 살아가는 나. '나'라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모여 '우리'라는 사회를 만들어가듯, 사회라는 말속에는 여러 가지 다양성과 변화성, 그리고 모순과 혼동을 내포하고 있으리라.
혼란스러운 나, 우리, 사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렇다라고 말하기엔 저런 것 같고, 저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가변적인 모습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음침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존재가 우리들 자신과 우리가 구성하는 사회가 아닐까?
마치 괴물처럼...


전생에 억울한 누명으로 자신을 죽게 했던 원수를 찾아 복수하는, 아니 세상에 대한 원한을 무차별적인 살인으로 보복하는 전진철.
그리고 연쇄살인이라는 중심축을 따라 전개되는 여러 이야기들은 마치 단편영화 여러 편을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각각의 줄거리, 독립된 영화들의 중요장면을 부분부분 잘라 하나의 영화로 엮어놓은 듯한 놀라운 편집력이 돋보이다. 초반의 산만한 듯한 이야기가 종국에 가서 점점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외수님이 자랑삼아 말씀하신 '조각보'식 구성, 최초로 시도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여러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 볼 수 있었던 이 '짜집기' 편집은 글을 더욱 긴박하게 표현하는 느낌이다. 일부 독자들은 난해하게, 혹은 복잡하게 생각되는 부분이지만 오히려 글의 성격으로 봐선 적절한 형식인 듯 보인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다각적인 면들, 아니 우리 인간이 갖는 계층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심리가 단편적인 조각구성으로 빛을 발하는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암울하다. 아니 암울하다 못해 비참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더욱더 철저하게 절망적으로 몰아간다. 그러다 마지막 절정에 가서야 약간의 틈 속으로 한 가닥 빛줄기가 비춘다.
엉망진창으로 썩어문드러진 고름덩어리 같은 현실, 오래 전에 희망과 꿈은 시궁창에 빠져버렸고, 진실 역시 실종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뒤뜰 담벼락에 핀 들꽃을 보며 새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외수의 소설을 약간은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진행은 약간은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의 유려한 문장과 어우러진 독특한 이야기 패턴은 욕구불만에 허덕이는 현대인에게는 하나의 이상향, 탈출구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잠시나마 외수 형님이 만들어놓은 안식처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하늘은 언제나처럼 잿빛이고, 도시는 온통 스모그로 뒤덮여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연과 타인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이 종횡무진 설치며 뛰어다닌다.
이젠 쉬고싶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푸른 산내음이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땅을 살피는 노동과 그 사이 휴식의 짬을 즐기며 살고싶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많은 제약은 나의 발을 잡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손놀림과 낱장의 문자를 들여다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기에 마음속에서나마 그 곳을 찾아간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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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2
등록일 :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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