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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욕망해도 괜찮아

지은이 : 김두식
출판사 : 창비 (2012/05/21)

읽은날 : 2012/10/05


욕망해도 괜찮아  

  욕망, 우리 안에 감추어진 은밀한 욕구를 양파껍질을 벗기듯 사정없이 까발린다. 한 꺼풀씩, 더 이상 벗겨낼 것이 없어 보이다가도 또 다른 속살을 들춰낸다. 어느새 세상 앞에서 발가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글을 읽는 동안 한없이 불편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둔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당혹스러우면서도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는 자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욕망에 대한 저자 김두식의 독백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 책을 읽거나 여행을 다녀온 뒤에 글을 적어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무슨 책을 읽었고 어디를 다녀왔다는 식의 목록만 남겨두는 정도였는데 이런 기록들을 좀 더 자세하게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하나 둘 나만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기록 자체만을 즐긴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생소한 개인홈페이지를 관리하고 글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오는 시선을 즐겼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강의실에서건 어디서건 크게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나를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너희들처럼 멍청하게 강의시간만 때우지는 않아. 아무렇게나 살지도 않아. 내 홈페이지를 봐, 나는 이런 것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라는 자랑을 무언중에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이런 욕망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다. 인정받고 싶다는, 나를 과시하고 싶다는 욕망!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의 대학 신입생 때 줄기차게 따라다녔던 한 여학생이 있었다. 얼굴이 예쁘다거나 키가 큰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보여준 작은 배려와 관심을 계기로 푹 빠져버렸던 기억이 난다. 나의 관심이 높아지고 서로 간에 조금씩 알아갈 즈음 그녀는 나에 대한 바람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더 적극적이고 다양해졌으면 좋겠어. 말도 좀 많이 하고. 소극적인 모습보다는 적극적이고 활기찬 모습이 좋아. 차 마시고 맥주 마시는 것 말고 색다른 것을 원해. 옷도 좀 바꿔 입고 멋지게 꾸며봐."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를 변화시키고도 싶었다. 활동적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다른 이벤트를 마련해보기도 했지만 20년 가까이 살아온 내 삶을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녀 곁을 맴돌았지만 그녀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렇게 나는 군대를 갔고 휴가 때마다 전화를 걸어 시큰둥한 그녀를 몇 번을 만나기도 했다. 약속을 잡고 설렜던 기억과는 달리 상당히 어색한 만남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나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허둥댔고 이런 내 모습을 그녀는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뻘쭘한 시간을 매우기 위해 그녀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고 나는 맥주만 쉴 새 없이 마셨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가 좋아? 나를 바꾸면서까지 이런 자리를 유지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모든 것이 분명해 졌다. 소극적이라지만 책이나 여행에 대해서는 나만큼 적극적인 사람이 없었고, 말이 적고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진중하다는 이야기였다.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자신감이 있다는 증거였다.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자 그녀에 대한 집착은 물론 타인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침몰하는 난파선의 구석에서 구명조끼를 하나 발견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라는 대학 논술문제에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입고 도망간다'는 답변 대신에 '불쌍한 사람에게 건넨다'는 답을 선택했다고 한다. 
  인간이 갖고 있는 도덕성 문제를 떠나서 우리는
이미 자신의 욕망보다는 사회에서 바라는 답만 내 놓도록 학습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사회는 자기 내부의 욕망을 숨긴 체 얼마나 가식적으로 살아가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다. 욕망 자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감추고 억압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욕망에 솔직해지자.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자. 중요한 것은 욕망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자신, 우리 자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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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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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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