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사 (2005/05/26)
읽은날 : 2005/08/24
 |
|
새벽 두시, 은빛 장판 위의 여행 가방, 가이드북, 카메라, 그리고 구석에 널브러진 속옷들. 여행의 여운을 뒤로하고 책을 읽는다. 엎드린 작은 방, 몇 해 전에 준비한 스탠드는 하얀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을 발하며 책읽기를 돕는다.
#1. 사실 잠이 오지 않아 펼쳐들었다. 스토리 중심의 책이라기보다 장면과 대화, 그 속의 은밀한 흔적을 찾아가는 조금은 새로운 형식 - 다시 말해 잠.오.는. 책인 것 같아 수면제 대용으로 펼쳤다. 하지만 짤막하게 이어진 상황과 무의미해 보이는 장면 속으로 금방 빠져들었다. 새벽이슬이 내리는 습한 골목길을 뚜벅거리며 걷는 느낌? 스쳐지나가는 옆 사람에게서 엿듣게 되는 - 나와 상관없어 뵈지만 괜스레 흥미가 가는 그런 대화 같다고 할까. 은근히 몰입하게 만드는 장면이 어쩌면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인물들이 날 훔쳐보는 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든다. 싱숭생숭한 새벽의 기분과 맞아떨어진 ‘어둠의 저편’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2. 문득 글이 쓰고 싶어진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느낄 수 있다고... 다시 ‘어둠의 저편’으로 걸어간다. 공간을 뛰어넘는 시점과 일상적이지만 상반되고 미묘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그녀에게 띄우는 편지처럼 알 수 없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는 그 무엇을...
#3. 사랑, 열정, 욕망 and 인식과 의식.
#4. “영화의 장면들처럼 마리와 에리의 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작가는, 더 이상 판단하고 조정하는 전통적인 저자가 아니다. 그는 권위적 입장에서 등장인물을 조정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소설이 영화처럼 쓰였으니, 독자도 판단을 보류하고, 카메라를 따라 천천히 가는 수밖에 없다.” - 권택영 (‘어둠의 저편’을 위한 감상 노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