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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La Vie devant Soi)


지은이 : 에밀 아자르 (Emile Ajar)
옮긴이 : 용경식
출판사 : 문학동네 (2003/05/06)
읽은날 : 2005/12/09


자기 앞의 생 프랑스의 벨빌, 창녀들의 아이를 돌봐주는 로자 아줌마와 그곳에 맡겨진 모모(모하메드)의 이야기로 천연덕스럽고 능청스러운 꼬마 소년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모는 엄마가 창녀였다는 것 외에는 자신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주눅들거나 의기소침해하진 않는다. 가끔 로자 아줌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등 모모 특유의 영민함으로 자신의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로자 아줌마의 병이 깊어지자 그녀를 간병하면서 자신에게 닥칠 새로운 앞날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나이가 실제로는 열네 살, 이제 더 이상 꼬마 소년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대견스러워한다. 이제 모모 앞에는 스스로 헤쳐가야할, ‘자기 앞의 생’이 주어지는 순간이다.


초등학생이 되어 시장통을 누비는가하면 먼 훗날에 대한 상상으로 떠들썩했던 유년 시절을 여행한 기분이다. 모모가 오르던 삐걱거리는 층계는 옛날 다락방을 생각나게 하고, 우연히 만난 나딘 아줌마의 눈매에선 초등학교 때의 뒷집 누나를 생각나게 했다. 마치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처럼 모모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눈과 마음으로 벨빌 거리를 여행하고 온 듯 하다.
그렇다고 옛 향수만을 자극하는 감성소설은 아니다. 어린 소년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지만 유치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다. 직설적이고 엉뚱한 듯하지만 때 묻지 않은 진솔함으로 빈민층의 생활상이나 주변 인물의 심리상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특히 임종을 눈앞에 둔 로자 아줌마와 새로운 ‘생’에 눈 떠가는 어린 모모, 즉 죽음과 탄생이라는 상반된 생이 인상 깊다. 의사는 아줌마에게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지만 그녀와 모모는 식물처럼 생을 연명하기보다는 깨끗이 마감하고 싶어 한다.
안락사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접어두고서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원하지 않는다고 도망갈 수도 없고, 희망한다고 해서 다 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랑과 행복 속에 진정한 ‘생’의 가치가 있다는 건 아닐까 한다.


사실 이 글의 작가는 에밀 아자르가 아니다. 그러니까 한참 잘나가던 ‘로맹 가리’라는 자신의 본명 대신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이글을 썼는데 권총을 물고 자살한 이후 유서처럼 발표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무엇이 자신을 숨기게 했으며 자살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아갔는지 궁금함에 이 책을 고른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어쩌면 ‘로맹 가리’라는 이름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기 위해 벌인 마지막 쇼였단 말인가? 인생이 쇼인 것처럼...

분류 :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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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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