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커피북 (The Coffee Book)


지은이 : 니나 루팅거 (Nina Luttinger), 그레고리 디컴 (Gregory Dicum)
옮긴이 : 이재경
출판사 : 사랑플러스 (2010/06/15)
읽은날 : 2010/09/30


커피북  각박하게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 잠깐의 틈을 이용해 일회용 커피를 탄다. 갈색 커피와 뒤섞인 설탕, 프리마가 뜨거운 물에 소용돌이치며 희석된다. 은빛 알루미늄 컵을 배경으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깊은 심호흡으로 커피 향을 들이마셨다. 싸구려 커피 한잔이 주는 위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월요일의 여유를 선사한다.
 커피, 너무 친숙해진 탓일까. 그 달콤 쌉싸래한 향에 비해 너무 천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필터에 걸러 마시는 원두커피나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고급커피도 있었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심남’에게는 너무 화려했다. 오히려 길커피, 자판기 커피와 같은 일회용 커피가 더 편하고 감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것이 커피의 전부는 아니었다. 편리함을 위해 급조된 커피도 있지만 진한 향과 꾸준한 정성으로 준비된 커피도 세상에는 많았다. 이를 위해 수만리 이국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년을 커피 농사에 매달렸다. 그렇게 수확된 열매는 껍질을 벗기고 씨(커피)를 발라내는 정제과정을 거친 후 수출 길에 올랐다. 대양을 건넌 커피는 고온으로 구워지는 로스팅 과정을 거치는데 굽는 정도에 따라 신맛과 달콤함, 쌉싸래함이 달라졌다. 그 후 여러 커피를 적당히 섞는 블렌딩 과정을 거치면서 깊고 부드러운 커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물론 일회용 커피의 경우는 다시 가공처리를 거친 후에야 우리 앞에 놓여졌다.


 <커피북>에는 커피의 기나긴 여정과 함께 커피의 기원과 전파과정, 재배하고 수확 가공하는 과정, 커피를 둘러싼 국제적인 이해관계, 네슬레, 맥스웰하우스로 대변되는 대형 커피 업체와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벅스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커피로 인한 환경문제나 사회적 인식변화도 살펴본다. 가히 커피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내용들이 매끄러운 번역과 함께 실려 있다.
 하지만 달콤함 이면에 숨어 있는 모순과 문제점도 잊지 않았다. 커피 재배를 위해 노예처럼 동원되는 영세 농민들과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도 문제였고 대규모 재배를 위해 무작위로 뿌려지는 농약은 인간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후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또한 커피나무를 심은 지 2,3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과 해를 건너뛰며 번성하는 커피 열매의 생물학적 특성은 국제 유가와 밀접하게 관련된 농약 가격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기후조건과 맞물려 커피 값의 폭등과 폭락을 초래했다. 이는 곧 영세 농민, 노동자, 혹은 커피 재배 환경에 전가되는 악순환으로 남았다.
 한 잔의 커피에는 커피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은 물론이고 저개발국 농민들의 배고픔과 다국적 기업의 이기심, 커피의 생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투기 세력들까지 뒤섞여 있었다. 한마디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가 혼합된 '인류의 문화사'였던 것이다.


 최근 급성장한 스타벅스 같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놀라운 선견지명으로 싸구려 커피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깊은 맛과 변함없는 품질로 세계시장을 섭렵해 나갔다는, 그래서 일반인에게 고급 커피의 진수를 보여 줬다는 스타벅스. 하지만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커피의 품질을 자신할 수 없게 되었고 지역적인 특색을 무시한 무리한 점포 확장으로 커피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커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노동력 착취와 같은 문제를 등한시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스타벅스 열풍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한 끼의 식사비용과 맞먹을 정도의 가격은 일반적인 대학생이나 주부, 직장인에게 부담스러웠지만 고급화 전략을 통한 마케팅과 근사하게 꾸며진 매장, 그리고 누구나가 갖고 있는 우월의식과 호기심은 이들 매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원산지의 원두 가격이나 커피 한 잔에 포함되어 있는 로열티가 얼마니 하면서 지나치게 비싼 커피 값의 거품을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 커피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진다. 늘 먹는 일회용 커피 말고 세계적으로 유행되는 커피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그 화려한 종류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시키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과 칼로리로 인해 섭취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 향기로움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는 무슨 의식이나 되는 듯 한잔 씩 타 마시곤 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체 커피 향을 음미하며 책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커피 연대기에 귀를 기울인다. 세계를 음미한다.

분류 :
인문
조회 수 :
6527
등록일 :
2011.05.09
23:33:37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74&act=trackback&key=208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87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257 산문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 freeism 7848   2011-05-09 2011-11-23 10:20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지은이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2002/08/10) 읽은날 : 2010/11/29 "최순우 님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말한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을 ...  
256 인문 4주간의 국어여행 - 남영신 freeism 7380   2011-05-09 2011-05-09 23:42
4주간의 국어여행 지은이 : 남영신 출판사 : 성안당 (2005/06/22) 읽은날 : 2010/11/19 미녀들이 나와 수다를 떠는 '미수다'는 한국말에 능숙한 외국인을 초대해 우리나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출...  
255 외국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freeism 8930   2011-05-09 2011-05-09 23:41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 1,2) 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그 림 : 김정기, 문지나, 아이완, 오영욱, 이고은 옮긴이 : 임희근 출판사 : 열린책들 (2010/03/22) 읽은날 : 2010/11/11 몇 달 전에 두...  
254 한국 병신과 머저리 - 이청준 freeism 8802   2011-05-09 2011-05-09 23:40
병신과 머저리 지은이 : 이청준 출판사 : 열림원 (2001/12/15) 읽은날 : 2010/12/15 장편소설 12권, 중단편소설 10권, 연작소설 3권 등으로 이루어진 <이청준 문학전집> 중에서 주제별로 정리된 중단편집이다. 여기에 실린 중단편...  
253 한국 강남몽 - 황석영 freeism 6751   2011-05-09 2011-05-09 23:39
강남몽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창비 (2010/06/25) 읽은날 : 2010/11/01 강남의 한 백화점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졌다. 500여명이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흙더미에 묻혀 사망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사건이 서울시 한...  
252 한국 A (에이) - 하성란 freeism 8798   2011-05-09 2011-05-09 23:38
A (에이) 지은이 : 하성란 출판사 : 자음과모음 (2010/07/30) 읽은날 : 2010/10/27 <A>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쓰였다고 했다. 먼저 광신도들의 집단자살사건으로 기억되어 있던 오대양사건을 검색해 봤다. “1987년 8월 경기...  
251 인문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The Gift of Betrayal) - 이브 A. 우드 (Eve A. Wood) freeism 7550   2011-05-09 2011-05-09 23:36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The Gift of Betrayal) 지은이 : 이브 A. 우드 (Eve A. Wood) 옮긴이 : 안진희 출판사 : 이마고 (2010/08/20) 읽은날 : 2010/10/14 배신에 대한 보고서이자 치유를 위한 영양제 같다고나...  
250 산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freeism 8170   2011-05-09 2011-05-09 23:35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지은이 : 박완서 출판사 : 현대문학 (2010/08/02) 읽은날 : 2010/10/22 그녀의 글에는 전쟁의 무서움과 자연의 풋풋함,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존해 있었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  
249 외국 빅 픽처 (The Big Picture) -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freeism 7191   2011-05-09 2011-05-09 23:34
빅 픽처 (The Big Picture) 지은이 :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옮긴이 : 조동섭 출판사 : 밝은세상 (2010/06/10) 읽은날 : 2010/10/07 4시 46분 15초. 고요한 사무실 한쪽 벽면에 걸린 아날로그시계는 여전히 바삐...  
» 인문 커피북 (The Coffee Book) - 니나 루팅거 (Nina Luttinger), 그레고리 디컴 (Gregory Dicum) freeism 6527   2011-05-09 2011-05-09 23:33
커피북 (The Coffee Book) 지은이 : 니나 루팅거 (Nina Luttinger), 그레고리 디컴 (Gregory Dicum) 옮긴이 : 이재경 출판사 : 사랑플러스 (2010/06/15) 읽은날 : 2010/09/30 각박하게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 잠깐의 틈을 이...  
247 인문 9시의 거짓말 - 최경영 freeism 8671   2011-05-09 2011-05-12 23:41
9시의 거짓말 지은이 : 최경영 출판사 : 시사IN북 (2010/08/30) 읽은날 : 2010/09/25 <9 시의 거짓말>이라는 제목만 보면 언론의 진실성에 대한 내용 같다. 하지만 책의 상당부분은 언론에 의해 과장되고 왜곡되는 우리의 주...  
246 인문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Why Men Fight)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freeism 6599   2011-05-09 2011-05-09 23:31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Why Men Fight) 지은이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옮긴이 : 이순희 출판사 : 비아북 (2010/08/27) 읽은날 : 2010/09/19 1916년 영국 캑스턴 홀에서 진행한 버트런드 러셀의 강연을 옮긴 책...  
245 인문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Le Voyage d'Orient) -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freeism 8392   2011-05-09 2011-05-09 23:30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Le Voyage d'Orient) 지은이 :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감 수 : 한명식 옮긴이 : 최정수 출판사 : 안그라픽스 (2010/06/04) 읽은날 : 2010/09/14 특정 지역의 문화와 유적을 둘러보고 그곳 ...  
244 사람 사랑의 승자 - 오동명 freeism 6114   2011-05-09 2011-05-09 23:29
사랑의 승자 지은이 : 오동명 출판사 : 생각비행 (2010/08/05) 읽은날 : 2010/09/07 전직 기자가 엮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사진집으로 신문지상에 발표할 수 없었던, 발표되지 않았던 전대통령의 사진을 한권의 책으로 모았다. 하...  
243 산문 파리는 깊다 - 고형욱 freeism 6877   2011-05-09 2011-05-09 23:28
파리는 깊다 지은이 : 고형욱 출판사 : 사월의책 (2010/08/15) 읽은날 : 2010/09/06 파리에 가고 싶다. 몽마르트 언덕을 가득 메운 군중 뒤를 돌아 파리의 뒷골목을 돌아보고 싶다. 모자이크처럼 깔린 블록을 밟으며 그 누가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