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대성당(Cathedral)


지은이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문학동네(2007/12/10)
읽은날 : 2011/03/02


대성당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친구의 집에서 본 흉측한 치형(이빨을 교정하기 위해 만든 모형)과 못생긴 아기, 그리고 새 같지 않게 조숙한 공작, 그 속에서 식사를 하는 두 쌍의 부부가 등장하는 <깃털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함께 있었지만 뭔가 어색하고 단절된 듯 한 분위기다. 이체로움을 넘어선 모호함.
 이어지는 <보존>, <칸막이 객실>은 더욱 아리송하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서 한 부분을 오려낸 것처럼 알듯말듯한 상황만 남긴 체 끝나버린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 작가의 의도는 물론이고 이 책을 옮긴 김연수 님의 생각마저도 궁금해진다. 혹시 놓쳐버린 내용이 있을까 다시 읽어봐도 역시 마찬가지. "뭐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아들의 생일날 쓰일 케이크를 주문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며칠 뒤 아들은 뺑소니차에 치어 의식을 잃었고 결국 죽게 된다. 이를 모르는 빵집주인은 케이크를 찾아가라며 아빠와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해댄다.
 박완서 님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통해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기에 특별히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들을 잃게 된 부부의 먹먹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정지된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이 느낌은 특정 순간을 치밀하게 묘사해 내는 작가(레이먼드 카버)의 스타일이지 싶었다.

 이런 새로움도 잠시, <비타민>, <조심>,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전혀 종잡을 수 없었다.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은 먹먹함이랄까.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에 갇혀버린 것 같이 가슴을 무겁다.
 그래서일까. 글자들이 눈을 스쳐지나 갔지만 제대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결국 띄엄띄엄 읽어가며 곁눈질로 페이지를 넘겨버렸다. <열>, <굴레>, <대성당> 이렇게 세 단편이 남아있지만 이걸 다 읽어야 하나 하는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 글자만 따라갈 바에 더 읽어서 뭐해! 그렇다고 여기서 덮어버리긴 너무 아깝잖아.”
 더는 못 참고 두 편을 건너 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행복할 겁니다"라고 작가도 말했듯 <대성당>만큼은 좀 틀리겠지 기대하면서...


 <대성당>에서는 아내의 오래된 남자 친구가 찾아온다. 그가 맹인이라는 점과 그녀의 오랜된 친구라는 점에서 영 탐탁치 못했다. 어색해진 저녁 시간, 나는 맹인에게 텔레비전에서 소개되고 있는 대성당을 설명하게 되었고 결국 대성당을 함께 그려보게 되었다. 맹인의 손을 자신에 손에 포개놓은 체. 그리고 맹인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그려본다. 그러자 대성당에 와 있기라도 한 듯 신기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전작에 비해 비교적 스토리 라인이 분명해 그나마 다행이다. 뭐랄까, 내 여자의 친구라거나 앞을 못 보는 맹인이라는 선입관이 작은 그림 한 장으로 무너져 내린다. 아니 그 이상의 '소통'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가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이외수 님이 즐겨 말해오던 '심안', 육안을 넘어선 영혼의 눈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눈이라는 허상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아름답고 부러운 일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난해했다. 미국 문화에 대한 이질감도 약간 느껴진다. 아무튼 잘 이해되지 않는 단편들이었다. 하지만 서술 방식이나 상황 묘사는 미국 소시민의 삶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리얼리즘"의 대가라는 점을 확신시켜 주었다.
 노랑 바탕에 띄엄띄엄 채색된 붉은 색 지붕처럼 짧지만 강한 인상으로 남을 것 같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7810
등록일 :
2011.05.11
00:18:12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2079&act=trackback&key=a1b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207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272 산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freeism 5546   2011-05-28 2011-05-28 22:5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지은이 : 신영복 출판사 : 돌베개 (1998/08/01) 읽은날 : 2011/05/28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숲이 아님은 물론이고, 정정한 상록수가 못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되고...  
» 외국 대성당(Cathedral)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freeism 7810   2011-05-11 2020-03-15 15:30
대성당(Cathedral) 지은이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옮긴이 : 김연수 출판사 : 문학동네(2007/12/10) 읽은날 : 2011/03/02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친구의 집에서 본 흉측한 치형(이빨을 교정하기 ...  
270 한국 허수아비춤 - 조정래 freeism 5052   2011-05-11 2011-05-11 00:17
허수아비춤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의문학 (2010/10/01) 읽은날 : 2011/02/08 "화염병을 앞세우고 가투에 몸 던졌던 그때 군부독재를 물리치는 '정치민주화'만 꿈꾸었던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루 혜택을 누리며 살...  
269 사람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My Autobiography) - 찰리 채플린(Chalie Chaplin) freeism 4750   2011-05-11 2020-03-15 15:30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My Autobiography) 지은이 : 찰리 채플린(Chalie Chaplin) 옮긴이 : 이현 출판사 : 김영사(2007/12/10) 읽은날 : 2011/01/29 10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첫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채...  
268 한국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freeism 5338   2011-05-11 2011-05-11 00:13
레디메이드 인생 지은이 : 채만식 편집인 : 한형구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4/12/03) 읽은날 : 2011/01/17 <레디메이드 인생> 1934년을 살아가는 인텔리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비루하게 그려진다. 빈곤한 시대에 취직자리를 구하...  
267 외국 동물농장(Animal Farm) - 조지 오웰(George Orwell) freeism 5937   2011-05-11 2020-03-15 15:29
동물농장(Animal Farm) 지은이 :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옮긴이 : 도정일 출판사 : 민음사(1998/08/05, 초판:1945) 읽은날 : 2011/02/19 <동물농장>, 그곳은 인간을 몰아낸 동물들의 '해방특구'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이 꿈...  
266 인문 스위치(Switch) - 칩 히스(Chip Heath), 댄 히스(Dan Heath) freeism 6069   2011-05-11 2020-03-15 15:29
스위치(Switch) 지은이 : 칩 히스(Chip Heath), 댄 히스(Dan Heath) 옮긴이 : 안진환 출판사 : 웅진 지식하우스(웅진씽크빅 임프린트, 2010/04/09) 읽은날 : 2011/01/15 # 에필로그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환경을 ...  
265 산문 독서 - 김열규 freeism 7102   2011-05-11 2011-05-11 15:42
독서 지은이 : 김열규 출판사 : 비아북 (2008/09/05) 읽은날 : 2011/01/07 # 책과 함께한 나날 <독서>는 책읽기에 대한 깊은 사색이라기보다는 독서를 즐기게 된, 독서에 대한 작가 자신의 회고록에 가깝다. 할머니가 들려주...  
264 기타 아마데우스(Amadeus) - 피터 셰퍼(Peter Shaffer) freeism 5414   2011-05-11 2020-03-15 15:28
아마데우스(Amadeus) 지은이 : 피터 셰퍼(Peter Shaffer) 출판사 : 범우(1993/11/30) 읽은날 : 2011/01/05 “하하하하하!” 가볍고 경박한 웃음소리가 궁정 안에 가득했다. 주변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이 헝클어진 머리로 뭇여인들을...  
263 한국 설계자들 - 김언수 freeism 5650   2011-05-11 2012-10-16 23:49
설계자들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8/15) 읽은날 : 2011/01/03 호젓한 숲을 찾아 자리를 편다. 러시아제 7.62구경 드라구노프를 조립하며 오늘의 목표물을 생각한다. 망원렌즈에 초점을 조정하고 목표물을 확인...  
262 산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 무라카미 하루키... freeism 6660   2011-05-11 2011-05-11 00:0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 (2009/01/05) 읽은날 : 2010/12/31 2002년, 인근에 있...  
261 한국 싱커 - 배미주 freeism 9052   2011-05-09 2011-05-09 23:53
싱커 지은이 : 배미주 출판사 : 창비 (2010/05/15) 읽은날 : 2010/12/30 갑자기 시간이 무한정 남아돌기 시작했다. 간병인으로 환자 옆을 지킨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몰려오는 졸음으로 시...  
260 산문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한비야 freeism 7636   2011-05-09 2011-05-09 23:52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지은이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1999/11/11) 읽은날 : 2010/12/20 # 1. 한비야 한비야, 그녀가 우리 땅에 섰다. 전라도 해남에서 강원도 민통선까지의 도보여행을 통해 6년간의 세계여행을 마무리...  
259 한국 덕혜옹주 - 권비영 freeism 7021   2011-05-09 2011-05-09 23:50
덕혜옹주 지은이 : 권비영 출판사 : 다산책방 (2009/12/21) 읽은날 : 2010/12/20 요즘 최고로 뜨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면서 표절 문제로 시끄러운 작품이다. 덕혜옹주를 평생 동안 연구해왔다는 혼마 야스코(일본인)의 <덕혜옹주 ...  
258 사람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 A Life, in his Own Words edited) - 그레그 브룩스 (Greg Brooks), 사... freeism 8345   2011-05-09 2011-05-09 23:48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 A Life, in his Own Words edited) 엮은이 : 그레그 브룩스 (Greg Brooks), 사이먼 럽턴 (Simon Lupton) 출판사 : 뮤진트리 (2009/07/14) 읽은날 : 2010/12/07 <프레디 머큐리>는 "20년...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