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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지은이 : 하퍼 리 (Harper Lee)
옮긴이 : 김욱동
출판사 : 문예출판사 (2002/09/15, 초판:1960)
읽은날 : 2002/12/13


앵무새 죽이기 90년대 초반, 대학교 때 동아리 방에서 한 선배의 책 읽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무슨 책인데요?"
"... ... 앵무새 죽이기."
"... 앵무새를 어떻게 죽이는지 설명한 책 ^^ ?"
"... 아니, 그저... 시네마 천국 같은 잔잔한 이야긴데..."라며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책의 두께에 비해 상당히 괴상한 제목을 하고 있었기에 그저 그런 단순한 부류의 책은 아닐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그리고 2002년 올해, 고집불통의 술친구가 흑인에 대한 '인권' 측면에서 이 책을 설명하는 걸 들었다. 출판 초기 미국에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던 작품으로 문학적, 사회적으로 많이 토론됐다는 책이라 했다.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을 통해 10년이라는 시공을 공유한다. 좁은 동아리방에서 틈나는 시간의 대부분 책을 보고 있었던 선배의 진지한 '눈'과 거나한 취중일지라도 자연스레 책 이야기에 열중할 수 있는 친구의 열띤 '입'을 통해 책장을 넘긴다.
앵무새를 만난다.


경제공황으로 어두웠던 1930년대, 아직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미국.
변호사(애티거스)의 아들(잼)과 딸(스카웃)은 이웃집의 미지의 인물(레들리)을 탐색하며 어린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한 흑인(톰 로빈스)이 이웰의 딸을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이 열리고 애티거스는 그를 변호하지만 유죄로 판결된다.
결국 재판에선 이겼지만 민심을 잃어버린 이웰은 변호사(애티거스)의 자식(스카웃, 잼)을 해함으로써 분풀이하려 하지만 도리어 그 자신이 죽게 된다.


약간은 심각할 수도 있는 내용을 한 소녀(스카웃)의 천진함과 투정섞인(?) 시각으로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어린 날들을 아련한 기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실타래 같다고할까. 작고 미세한 그 끝을 따라가면 어느덧 무지개 색 동심 속에 다다른다.
한 마을의 구성원이자 아직은 어린 나이기에 주변의 상황에 많이 휩쓸리기도 하지만 중심 잡힌 아버지의 따뜻함과 언제나 곁에 있어준 오빠(잼), 다양한 이웃들과 온갖 '사건'을 겪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을 만들어나간다.


그 사건의 중심에는 레들리라는 미지의 이웃과 톰 로빈스라는 흑인이 존재한다.
두문불출,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만 보내는 레들리는 동네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스카웃에게 그의 집은 '유령의 집'이요, 그는 '공포의 화신'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레들리의 입장에서 마을을, 이웃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그 역시 '이웃'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또한, 애티거스는 마을 사람들이 상종하려들지 않는 흑인(톰 로빈스)을 온갖 협박 속에 변호하지만 사회(재판관, 배심원)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한 놈의 '깜둥이'로서 톰 로빈스를 유죄로 판결한다.


자신 이외의 이웃과 타인에 대한 편견, 혹은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오래된 멸시와 차별이 이야기 속에서 스며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그래왔듯이 지금도 그럴 것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무언의 약속'처럼...
오랜 시간 속에 굳어버린 해묵은 켜를 하나하나 되짚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편협된 시각으로만 세상을 제단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가? 상대방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이 '나'만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당연히 자신의 테두리 외의 '아웃사이더'들은 적이 되고, 이단이 된다.
더군다나 이런 흐름들이 하나둘 힘을 모아감으로써 우리는 또다른 격류에 휘말리기까지 한다. 자신 내부의 순수한 목소리를 무시한 체 사회적 대세, 다수결의 원칙, 일반적 흐름에 자신을 합리화시키기까지 한다.
사회의 흐름 속에 이유 없이 흘러가는 '무지'에 대한 일갈처럼 다가온다.


앵무새와 같은,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하면서 별다른 해악이 없는 존재를 누가 함부로 죽일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나만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사회적인 흐름에 편승하여 '앵무새'를 죽인 적은 없었던가?


그리고 책머리에 조금은 특이한 서문(?)이 있다.
"서문이란 즐거움을 방해하는가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고 호기심을 눌러버립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렇쿵저렇쿵 군소리 없이 바로 소설이 시작된다. 지루한 광고나 'Coming Soon'류의 예고편 없이 시작되는 영화처럼 간결하게 시작되는 책 구성이 맘에 든다.
그래서 그런지 책 말미에 등장하는 '작품해설'은 작가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역자의 오만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산들바람처럼 잔잔하게 다가와서는 격노한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잔잔한 평온 속에 다음 태풍을 기약한다. 마치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옥희의 독백을 듣는 듯한 감상에 빠져들다가도 어느 순간, 숨가쁘게 펼쳐지는 법정드라마의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천진난만한 성장기의 소녀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한 단편을 훑어본 느낌이다.

분류 :
외국
조회 수 :
4008
등록일 :
2011.04.28
12:54:55 (*.43.5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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