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1~3)


지은이 : 박흥용
출판사 : 바다출판사 (2002/04/26)
읽은날 : 2010/08/18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견주(堅主)라는 이름보다 견자(犬子, 개새끼)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그는 맹인 침술사이자 최고의 칼잡이인 황정학으로부터 칼 쓰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황정학이 이몽학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견자 곁을 떠나자 산적 이장각과 함께 의적 행세를 하며 나라에 등을 돌린 민심을 확인한다. 이장각이 관군과의 싸움에서 죽자 동요하는 산적패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때마침 찾아온 스승과 재회한다. 그러나 스승 황정학의 갑작스런 죽음은 자신이 겨눠왔던 '칼'의 의미마저 흔들어놓았다. 결국 견자 자신을 가두고 있던 자존심과 오기를 깨뜨리는 것만이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을 향해 다시 걸어간다.
 칼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던지려던 견자. 그의 서슬 퍼런 칼날은 세상을 향해 자유를 노래한다. 서자라는 신분의 한계마저도 그의 칼 끝 앞에서는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이었다. 견자는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갔다.


 <칼>(이외수)이 기억난다. 거기서 칼은 피에 대한 갈구이자 욕망이었고 <칼의 노래>(김훈)에서는 사지를 찾아 춤추는 진혼가가 아니었던가. 그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말하는 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켄신>에서는 역날검(칼의 윗면에 날이 있어 일반적인 검법으로는 사람을 배지 못함)을 들고 세상에 뛰어든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칼에 죽었던 원혼들에 사죄하며 칼날을 꺾었다. 견자 역시 칼로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자 했지만 칼끝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돌아봄으로써 칼의 쓰임새를 알아야했지만 그 대가는 냉혹하기만 했다. 견자의 손끝에서 나가떨어지던 목숨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고 사(死)는 단지 자유를 찾는 진행형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만화가 마무리 되는 3권에서도 그는 여전히 피 묻은 칼을 놓지 못했다. 아마도 견자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칼을 쓰지 않고도 이기는, 생(生)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프레임을 뛰어넘는 박진감과 한국적인 멋이 흠뻑 묻어있는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바람에 밀리지 않는 달처럼 오롯이 서 있는 견자의 모습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야 할 우리들의 정체성을 보는 것 같다. 정치의 분열과 왜란이라는 외부의 격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올곧게 걸어간 선지자의 모습을 그려본다. 겉으로 드러난 신분이야 어떻든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하게 매진해온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달’은 변함없이 밤을 비추고 있지 않았나싶다.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을망정 달빛마저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분류 :
만화
조회 수 :
5859
등록일 :
2011.05.09
23:16:07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1858&act=trackback&key=88a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185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302 산문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freeism 3531   2011-04-28 2011-04-28 13:00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지은이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2003/07/01) 읽은날 : 2003/11/19 올 초부터 지루하게 읽어오던 박경리님의 토지(土地), 그 무게에 눌려 다른 책을 볼 엄두를 못 내다 잠깐 짬을 내어 인근 '...  
301 산문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 장정일 외 freeism 3532   2011-04-28 2011-04-28 12:06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지은이 : 장정일 외 출판사 : 행복한책읽기 (2001/11/23) 읽은날 : 2002/07/15 장정일. 아니나다를까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거짓말 사건'이다. 그 사건이 한창 불거져 나올 무렵 책방에서 일하던 한 친...  
300 한국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 윤대녕 freeism 3542   2011-05-03 2011-05-03 02:46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지은이 : 윤대녕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5/09/10) 읽은날 : 2005/11/23 불 꺼진 방, 커튼이 드리워진 베란다에 “육중하고 커다란 물체”가 으르렁거린다. 커튼을 젖히자 “푸른 인광을 발하는 두개의...  
299 산문 지리산 편지 - 정도상 freeism 3552   2011-04-27 2011-04-27 00:35
지리산 편지 지은이 : 정도상 출판사 : 미래 M&B (2001/08/06) 읽은날 : 2001/10/10 지리산... 얼마나 반가운 이름인가...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으되 묻힐 때는 그 뼛가루라도 뿌려두고 싶은 산, 내 마음 속 고향집 같은 산...  
298 산문 오두막 편지 - 법정 freeism 3558   2011-04-18 2011-04-18 23:40
오두막 편지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이레 (1999/12/10) 읽은날 : 2000/01/02 작년, 그러니까 20세기 마지막 날.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속에 있었다. 거기서 펼쳐든 책이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다. 부산...  
297 산문 인생 - 김용택 freeism 3558   2011-04-25 2011-04-25 10:11
인생 지은이 : 김용택 출판사 : 이레 (2000/12/20) 읽은날 : 2001/06/19 잔잔하고 수줍은 듯 내게 다가오는 용택이 아저씨의 글, '인생'... 이전의 산문들이 이웃과 사람 중심이라면 여기서는 작가 자신 속에서 투영된 주변의...  
296 산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 미치 앨봄 (Mitch Albom) freeism 3568   2011-04-28 2011-04-28 12:04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지은이 : 미치 앨봄 (Mitch Albom) 옮긴이 : 공경희 출판사 : 세종서적 (1998/06/10, 7200원) 읽은날 : 2002/07/09 왠지 모르게 교화적인 분위기일거라는 생각에 책을 앞에 놓고 ...  
295 한국 유진과 유진 - 이금이 freeism 3594   2011-05-04 2011-05-04 00:50
유진과 유진 지은이 : 이금이 출판사 : 푸른책들 (2004/07/10) 읽은날 : 2007/02/05 이 책은 이유진이라는 동명을 가진 중학생 소녀의 성폭력에 대한 기억을 다룬다. 잊고 싶거나 혹은 잊은 줄 알았던 아픈 기억들 앞에 놓여진...  
294 한국 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freeism 3595   2011-05-03 2011-05-03 02:56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동네 (2002/12/30) 읽은날 : 2006/10/18 '민족작가, 조정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작품에서 보여준 우리 역사의 이면과 진실만 놓고 보더라고 지나친 수식...  
293 한국 현의 노래 - 김훈 freeism 3613   2011-04-28 2011-04-28 23:50
현의 노래 지은이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4/02/10) 읽은날 : 2004/04/27 <칼의 노래>의 문학적, 대중적 성공 이후 대박 영화의 성급한 속편들처럼 얄팍한 상술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있었기에 읽기를 망설였었다. 하지...  
292 산문 무소유 - 법정 freeism 3616   2011-04-27 2011-04-27 00:33
무소유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범우사 (1976/04/15) 읽은날 : 2001/08/30 우리는 슬퍼해야 합니다. 이런 엿같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은 욕...  
291 산문 예술가로 산다는 것 - 박영택 freeism 3620   2011-04-27 2011-04-27 23:44
예술가로 산다는 것 지은이 : 박영택, 김홍희(사진) 출판사 : 마음산책 (2001/10/05) 읽은날 : 2002/02/15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  
290 한국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freeism 3620   2011-05-03 2011-05-03 14:38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2005/04/18) 읽은날 : 2006/11/01 최근에 개봉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기 전에 동명의 원작소설을 먼저 읽었다. 한 사형수의 불행하고...  
289 한국 광장 - 최인훈 freeism 3633   2011-05-03 2011-05-03 02:30
광장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지은이 : 최인훈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1/04/10, 초판:1961/03) 읽은날 : 2005/05/12 60년대의 글쓰기가 이러했던가?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  
288 한국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freeism 3633   2011-05-04 2011-05-04 00:55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은이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03/08/12) 읽은날 : 2007/03/31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만년 꼴찌로 기억되던 삼미슈퍼스타즈가 부활했다. 아련한 향수 속에서 묻혀가던 그들의 전설은 20...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