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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지은이 : 유복렬
출판사 : 눌와(2013/08/06)
읽은날 : 2014/04/13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얼마 전 교직원 연수차 청주의 고인쇄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책인 <직지심체요절>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현재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상,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하권만 남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복제품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프랑스가 관리 목적으로 표지에 찍어놓은 'CREEN'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우리의 무관심과 부주의 탓에 지금은 이국땅의 박물관 창고에 유배된 신세라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얼마 전,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가 2014 원북원부산운동(부산시민이 다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토론해보자는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 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해 전에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의궤 297권을 '5년 단위로 갱신되는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는다는 뉴스를 통해 협상과정이 상당히 길고 복잡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기에 고인쇄박물관에 복사본으로 전시된 '직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외규장각 의궤의 내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책은 외규장각 의궤의 내력뿐만 아니라 이를 찾아오기 위한 20여 년간의 노력이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의궤란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기록한 책'(두산백과 참조)으로 왕이 보기 위해 만든 어람용과 여러 사고에 보관해두기 위해 만든 분상용으로 나뉜다. 그런데 1866년,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으로 처형된 아홉 명의 프랑스 신부를 보복한다는 명분으로 강화도를 침공(병인양요)한 프랑스 군이 외규장각을 불지르고 여기에 보관된 문화재를 약탈해 갔다. 그 후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가 병인양요 때 소실된 줄만 알았던 의궤의 존재를 확인,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이후부터 프랑스에게 약탈해간 의궤를 반납해줄 것을 계속 요청했지만 프랑스는 자국의 '문화재 불가양 원칙'에 따라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약탈한 문화재이긴 하지만 우리 땅에서 처형된 아홉 명의 프랑스 선교사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벌어진 전쟁이었기에 서로 간의 입장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100년을 뛰어넘는 역사적 간극만큼이나 큰 시선차이는 의궤 반환을 원하는 우리에게는 최고의 적이었다. 이 책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지루하게 펼쳐진 협상 테이블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의궤를 지키려는 우리 측의 노력과 함께 돌려주지 않으려는 프랑스 측의 노력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마담 상송의 이야기가 깊은 인상 깊다.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져온 의궤를 놓고 이를 우리에게 넘겨주려는 프랑스 대통령과 자국 문화재를 넘겨주지 않으려 온 몸으로 막아섰던 상송의 모습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투철한 지성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사적 이해관계야 어떻든 일단 자국의 문화재가 아니었던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이없게 불타버린, 그리고 부실하게 복원된 숭례문을 생각하니 더욱 부럽게 다가왔다. 


  또한 외교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우리들이 한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과학자, 판검사와 함께 등장했던 직업이 바로 외교관 아니던가. 외교관의 역할이 '본국을 대표하여 외국에 파견되어 외국과의 교섭을 통해 정치, 경제, 상업적 이익을 보호, 증진을 추구하며, 해외동포와 해외여행을 하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다보니 일반인에게는 신비의 영역일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아홉시 뉴스를 통해 엿보게 되는 것이 외교관의 대부분 모습이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여러 국제단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늘면서 대중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무튼 여유로운 외국생활을 즐기며 귀빈들과 함께 저녁 식사나 하며 편안하게 생활할 것 같은 내 생각과는 달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자국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재외 국민들의 고충을 일선에서 해결해야 했고 부임지의 낯선 음식과 생소한 환경에 수시로 적응해야 했다. 시차적응의 여유도 없이 수 천 마일을 오가야 했고 국빈들의 통역을 위해 그 나라의 언어는 물론 문화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해야 했다.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국제적인 외교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에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거기다 본인과 가족의 안전보다는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까닭에 사지를 찾아 떠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핑크빛 겉모습 뒤에는 국가를 대변한다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대신해야 하는 중노동이 있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세계 속의 우리 위상은 점차 높아지는 것이리라.


  외교관을 소위 ‘국제 관계 전문가’라 부른다. 이는 국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먼 다른 나라의 대표자에게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나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는 습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는 어떤 마음으로 상대방을 만나고,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 보여준다. 우리의 성급함을 꼬집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귀담아 듣는 대화의 기술, 소통의 의미를 일깨웠다. 대화를 통해 소통을 시도하고,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관의 모습은 우리가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야했던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직지>와 함께 이국땅을 떠도는 우리 문화제를 찾아오는 방법 역시 이 ‘소통’에 있지 싶다. 많은 어려움 속에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온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분류 :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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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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