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노르웨이의 숲(Noruuei No Mori, ノルウェイの森, 상실의 시대)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옮긴이 : 양억관
출판사 : 민음사(2013/09/02, 초판:1989)
읽은날 : 2015/11/24

 

 

노르웨이의 숲(Noruuei No Mori)

  비틀즈의 <Norwegian wood>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노르웨이의 숲>은 1987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룸의 첫 신호탄이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때부터 시작된 하루키의 유명세를 꾹 참고 기다리다 1999년에야 읽었던 기억난다. 뭐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고 그 어렴풋한 느낌, 마치 안개 속을 걷고 있는듯한 모호함만이 '상실'이라는 단어와 함께 남아 있었다. 이렇게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혼란스러움은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들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르웨이의 안개는 여전히 짙게 깔려 한치 앞을 가늠키 어려웠다. 다만 비틀즈의 노래 속에 남겨진 여운이 책의 이미지와 많이 오버랩 되면서 그 혼란의 정체에 조금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의 전체 구성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나(와타나베)에게는 기즈키라는 오랜 친구가 있는데 그는 나오코와 연인 사이로 우리 셋은 늘 함께 만났다. 그러나 가즈키가 갑자기 자살하자 나오코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그녀와의 연락도 자연스레 끊겼다. 얼마 후 나는 시내에서 우연히 나오코와 마주친 후 그녀에게 가끔 만나게 되었고 점점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켰던 나오코는 요양원으로 떠나게 되고 함께 수업을 듣던 미도리를 알게 된다.  

  와타나베가 알고 있거나 만나는, 혹은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 둘씩 들려주면서 이야기는 점점 깊어진다. 꼭 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사회에 대한 혼란스러운 인식, 남녀 간의 불확실한 사랑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성장'이라는 화두를 통해 하나씩 풀어놓는다. 그렇다고 명확한 해답이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이 뒤엉켜 더 깊은 혼란과 갈등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나오코가 기즈키를 생각하며 와타나베 한 말 속에는 안개 가득한 <노르웨이 숲>이 그대로 함축된 것 같다. 

  "성장의 고통 같은 것을. 우리는 지불해야 할 때 대가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청구서가 이제 돌아온 거야. 그래서 기즈키는 그런 선택을 했고 지금 나는 이렇게 되었어. 우리는 무인도에서 자란 벌거벗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였어.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먹고 외로우면 둘이서 끌어 안은 채 잠들었지. 그런 사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잖아. 우리는 점점 커 갈 거고 사회 속으로 나가야만 했어." (p224)


  우리의 상황이 어떠하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우리 개개인은 결국 시간과 함께 성장해간다. 남들보다 돋보이거나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화려한 외형을 갖고 있든, 심오한 깊이가 있든, 설사 깨어지고 어긋난 모양일지언정 결국 성장해가는 것이다. <노르웨이 숲>은 그 성장통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는, 어딘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목표를 향해 날아가고 있을 안개 속을 화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랑하고 슬퍼하며, 만나고 헤어지며, 기억하고 잊혀지며... 와타나베는 이렇게, 그렇게 성장한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 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p415)


  소설책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클래식부터 비틀즈의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이 등장하는데 특히 와타나베의 갈등을 현실의 문제로 끌어다놓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레이코의 기타선율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책을 읽으면서 비틀즈의 <Norwegian wood>(노르웨이의 숲)을 몇 번씩이나 찾아 듣게 만들었다. 바람이 흘러가는 듯한 그 기타소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내 젊은날의 시간들처럼 아쉽게 느껴졌다.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
그녀는 내게 자신의 방을 내게 보여주었어. 근사하지 않아? 노르웨이산 가구(목재)야

She asked me to stay and she told me to sit anywhere.
그녀는 내게 머물다 가라며 아무데나 우선 앉으라고 그랬어.

So I looked around and I noticed there wasn't a chair.
그래서 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의자 하나 없다는 걸 알았어.

I sat on a rug. Biding my time, Drinking her wine.
난 그냥 방석 위에 앉았어. 그리고 시간을 보냈지. 그녀가 주는 와인을 마시며 말이야.

We talked until two. And then she said, "It's time for bed."
우리는 2시까지 이야기 했어. 그 때 그녀가 말했지, "잘 시간이야"

She told me she worked in the morning and started to laugh.
그녀는 아침에 일하러 가야 한다고 그랬어. 그리고는 깔깔거리기 시작했어.

I told her I didn't and crawled off to sleep in the bath.
"난 일이 없어" 라고 그녀에게 말하고는 잠을 자려고 욕조로 기어갔지.

And when I awoke, I was alone. This bird has flown.
그리고 깨어났을 때 나는 혼자였어. 그 새는 날아가 버린거야.

So I lit a fire. Isn't it good? Norwegian wood.
그래서 난 불을 붙였어. 근사하지 않아? 노르웨이산 가구(목재)야





분류 :
외국
조회 수 :
2307
등록일 :
2015.11.24
21:42:11 (*.113.242.212)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8686&act=trackback&key=fd8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868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sort 최근 수정일
362 인문 행복의 기원 - 서은국 freeism 739   2016-06-03 2016-06-13 21:26
행복의 기원 지은이 : 서은국 출판사 : 21세기북스(2014/05/15) 읽은날 : 2016/06/02 몇 해 전에 연애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한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접근해 데이트를 하지만 결국 그 많던 데이트 상대 ...  
361 인문 비숲 - 김산하 freeism 889   2016-05-31 2016-06-13 21:27
비숲 지은이 : 김산하 출판사 : 사이언스 북스(2015/05/08) 읽은날 : 2016/05/30 부산에서는 '원북원부산'이라고해서 매년 한 권의 책을 정해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학교에 있다 보니 독서나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  
360 한국 시인 동주 - 안소영 freeism 684   2016-05-10 2016-06-13 21:27
시인 동주 지은이 : 안소영 출판사 : 창비(2015/03/06) 읽은날 : 2016/05/10 문학을 중심으로 우리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의 우리 한반도의 모습은 물론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러...  
359 외국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Ove)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freeism 737   2016-04-30 2016-10-07 13:39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Ove) 지은이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옮긴이 : 최민우 출판사 : 다산책방(2015/05/20) 읽은날 : 2016/04/30 주름진 얼굴에 삐딱하게 치켜든 노인의 얼굴이 심상찮게 그려진 책 표지를 ...  
» 외국 노르웨이의 숲(Noruuei No Mori, ノルウェイの森,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freeism 2307   2015-11-24 2016-09-05 23:26
노르웨이의 숲(Noruuei No Mori, ノルウェイの森, 상실의 시대)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옮긴이 : 양억관 출판사 : 민음사(2013/09/02, 초판:1989) 읽은날 : 2015/11/24 비틀즈의 <Norwegian wood>에서 영감을 받...  
357 한국 파과 - 구병모 freeism 721   2015-11-07 2016-06-13 21:28
파과 지은이 : 구병모 출판사 : 자음과모음(2013/08/05) 읽은날 : 2015/11/06 65세의 노부인, 조각은 오늘도 방역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방역이란 쥐나 바퀴벌레를 잡는 일이 아니라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사람을 ...  
356 산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 무라카미 하루키(村... freeism 871   2015-07-15 2016-06-13 21:30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2009/01/05) 읽은날 : 2015/07/12 "30킬로까지는 '이번에는 ...  
355 산문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이장희 freeism 1449   2015-05-07 2016-06-13 21:31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지은이 : 이장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3/03/20) 읽은날 : 2015/05/06 대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 서울로 상경한 나는 한남동의 한 주택에 급조된 자취방에서 몇 년을 보냈다. 부산과는 달리 정신이 하나도 ...  
354 한국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freeism 803   2015-04-12 2016-06-13 21:31
우아한 거짓말 지은이 : 김려령 출판사 : 창비(2009/11/20) 읽은날 : 2015/04/11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조용하고 착하기만 하던 천지가 갑자가 자살했다. 만지는 동생의 자살한 이유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353 산문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김현길 freeism 1086   2015-04-06 2016-06-13 21:31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지은이 : 리모 김현길 출판사 : 재승출판(2015/03/23) 읽은날 : 2015/04/05 작년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릴 적 기억이 숨어있는 본가의 거실 모습을 이면지에 그려보게 된 것이 그 시작인데 어색하고 ...  
352 인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Jean Ziegler) freeism 754   2015-03-30 2016-06-13 21:32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은이 : 장 지글러(Jean Ziegler) 옮긴이 : 유영미 출판사 : 갈라파고스(2007/03/07) 읽은날 : 2015/03/29 온 가족이 지독한 감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아들이 감기에 걸렸는가 싶더...  
351 한국 고령화 가족 - 천명관 freeism 810   2015-01-26 2016-06-13 21:32
고령화 가족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2010/02/18) 읽은날 : 2015/01/25 <고래>에서 봤던 천명관 님의 구라빨을 생각하며 골라든 책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최근 영화(<고령화 가족>(송해성 감독, 2013년...  
350 산문 소설가의 일 - 김연수 freeism 2444   2014-12-10 2016-06-13 21:33
소설가의 일 지은이 : 김연수 출판사 : 문학동네(2014/11/05) 읽은날 : 2014/12/07 "아무나 쓸 수 있다면 그 건 소설이 아니다" 누가 한 말이지? 아무튼 소설이라고 하는 동경의 대상, 아니 엄청난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제 집...  
349 한국 한국단편문학선 1 - 김동인, 현진건 외 freeism 875   2014-11-18 2016-06-13 21:33
한국단편문학선 1 지은이 : 김동인, 현진건 외 출판사 : 민음사(1998/08/05) 읽은날 : 2014/11/16 <감자> (김동인, 1925) 80원에 홀아비에게 시집간 복녀는 평양 칠성문 바깥 빈민촌에서 생활하며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허드렛일로...  
348 외국 바보 빅터(Victor The Fool) -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 레이먼드 조(Raymond Joe) freeism 1270   2014-11-17 2016-09-05 23:27
바보 빅터 (Victor The Fool) 지은이 :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 레이먼드 조(Raymond Joe)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2011/03/10) 읽은날 : 2014/11/16 빅터의 IQ는 73. 말도 더듬고 행동도 느려 늘 놀림감이 ...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