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종교란 무엇인가

지은이 : 오강남
출판사 : 김영사 (2012/09/21)
읽은날 : 2012/12/03


종교란 무엇인가

   집중력은 책장을 넘길수록 흐려졌다. 소설 중심의 책읽기에서 벗어나 조금 심각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치기에서 선택한 종교이야기는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흥미가 반감되었다. 그렇다고 책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 오강남 님의 종교관은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지지해온 생각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나를 비워라'는 말로 귀결되는 종교의 이상을 이해하자 페이지를 가득 메운 문구는 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예수와 석가, 사랑과 자비의 의미를 이해했으니 무엇을 더 얻겠다고 책을 읽는다는 말인가... "뭐 이런 자식이 있어!“ 라며 어처구니없어 하거나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란 말인가.


   서른 즈음에 기독교를 홍보하고 전도하는 한 대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역설하며, 자신과 같이 예수를 믿어 천국행 열차에 오르자고 강권했다. 보통 때 같으면 무시하고 지나쳤겠지만 여유시간도 있는데다 그의 천국론에 대한 내 생각도 말해주고 싶어 조금 긴 시간을 이야기 했었다.
   예수는 유일신이며 다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은 결국 하나의 존재가 아니었을까하고 되물었다. 생활했던 환경이나 외적인 모습, 혹은 사랑이나 자비라는 표현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시작되는 원류는 모두 같을 거라고 말해준 것 같다. 마치 하나의 나무줄기에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그의 주장에 예수가 그렇게 옹졸한 분이 아님을 역설했고 자신의 길에서 바르게 살아간다면 굳이 예수님의 ‘빽’이 아니더라도 천국, 아니 그에 해당하는 안식을 얻을 거라고 답해줬다. 그는 예수님과 교회를 통해서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나는 예수님과 교회를 통하지 않고도 충분히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였지만 그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생각에 더 많은 확인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의 설득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면서 특정 종교가 내세우는 교리를 넘어, 그 이상의 사랑과 자비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성인에 대한, 종교에 대한 나의 믿음은 이렇게, 여전했다.


   <종교란 무엇인가>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비교종교학계의 석학인 오강님 님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달 자체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사랑이나 자비를 통해 나를 비워나가라고 말한다. 성인의 말씀과 행동의 본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자신을 둘러싼 욕망이나 아집, 이기심을 벗어 던지게 되면 자연히 자신이 비워지게 된다는 것. 도가에서 말한 '무위자연'의 상태가 진정한 종교인의 길이라 조언했다.
   특히 헌금, 전도, 기도에 임하는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를 이야기하며 기독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종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


   상황이 이러니 나의 집중력이 흐려지지 않고 배기겠는가. 나는 이미 예수를 알고 석가를 안다. 그분들의 사랑을 믿으며 자비를 존경한다. 그러니 정작 중요한 것은 그분이 행한 사랑과 자비를 내 삶에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예수와 석가가 아니라, 입으로만 알고 있는 사랑과 자비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싶다. 이를 과정을 통해 나를 비우고 삶의 순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바로 예수이자 석가인 것이다.

분류 :
인문
조회 수 :
4578
등록일 :
2012.12.03
21:42:32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0892&act=trackback&key=20f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08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212 한국 개 - 김훈 freeism 4605   2011-05-04 2011-05-04 01:00
개 지은이 : 김훈 그 림 : 김세현 출판사 : 푸른숲 (2005/07/11) 읽은날 : 2007/05/29 <개>를 다시 펼쳐 들었다. 전체적인 구성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읽는 기간이 늘어져 앞부분의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같...  
» 인문 종교란 무엇인가 - 오강남 freeism 4578   2012-12-03 2012-12-03 21:46
종교란 무엇인가 지은이 : 오강남 출판사 : 김영사 (2012/09/21) 읽은날 : 2012/12/03 집중력은 책장을 넘길수록 흐려졌다. 소설 중심의 책읽기에서 벗어나 조금 심각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치기에서 선택한 종교이야기는 쌀쌀해진 ...  
210 외국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 폴 오스터 (Paul Auster) freeism 4562   2011-05-04 2011-05-04 00:54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지은이 : 폴 오스터 (Paul Auster) 옮긴이 : 황보석 출판사 : 열린책들 (2003/03/30) 읽은날 : 2007/03/20 퇴근시간 이후, 텅빈 직장에 앉아 책을 펼친다. “아휴~”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  
209 산문 세상의 그리운 것들 - 강대철 freeism 4548   2011-04-09 2011-04-19 00:07
세상의 그리운 것들 지은이 : 강대철 출판사 : 한길사 (1997/08/10) 읽은날 : 1998/12/28 크게 1부 '세상 바라보기', 2부 '그리운 것들', 3부 '영적 진화를 위하여'로 나눠진다. "조각가 강대철 씨가 경기도 이천 장생이마을...  
208 산문 일기일회 - 법정 freeism 4537   2011-05-09 2011-05-09 22:22
일기일회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문학의숲 (2009/05/27) 읽은날 : 2009/07/02 박물관에나 있을 옛 고서를 다루듯 조심스레 책장을 넘긴다. 책장 사이에 숨겨진 꽃향기가 날아가 버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말이다. 법정스님의...  
207 산문 오체 불만족 (五體 不滿足) - 오토다케 히로타다 (乙武洋匡) freeism 4521   2011-04-20 2011-04-20 01:09
오체 불만족 (五體 不滿足) 지은이 : 오토다케 히로타다 (乙武洋匡) 옮긴이 : 전경빈 출판사 : 창해 (1999/04/07) 읽은날 : 2000/06/02 선천적으로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기까지의 짧지만 긴 역사 -오체 불만족...  
206 산문 욕망해도 괜찮아 - 김두식 freeism 4515   2012-10-05 2012-10-23 07:44
욕망해도 괜찮아 지은이 : 김두식 출판사 : 창비 (2012/05/21) 읽은날 : 2012/10/05 욕망, 우리 안에 감추어진 은밀한 욕구를 양파껍질을 벗기듯 사정없이 까발린다. 한 꺼풀씩, 더 이상 벗겨낼 것이 없어 보이다가도 또 다...  
205 산문 아름다운 마무리 - 법정 freeism 4513   2011-05-09 2011-05-09 22:17
아름다운 마무리 지은이 : 법정 출판사 : 문학의숲 (2008/11/15) 읽은날 : 2009/01/16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  
204 한국 낯익은 세상 - 황석영 freeism 4512   2011-10-12 2011-10-12 11:30
낯익은 세상 지은이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2010/05/19) 읽은날 : 2011/10/11 "도시 사람들은 멀쩡한 음식들을 미처 먹어치우지 못하고 묵히다가, 또는 너무 많이 먹다먹다 질려서 버려대고 있었다. 비닐 속에서 녹아 ...  
203 외국 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freeism 4494   2011-05-03 2011-12-26 00:12
어둠의 저편 (アフタ-ダ-ク)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임홍빈 출판사 : 문학사상사 (2005/05/26) 읽은날 : 2005/08/24 새벽 두시, 은빛 장판 위의 여행 가방, 가이드북, 카메라, 그리고 구석에 널브러진 속...  
202 외국 숨그네(Atemschaukel)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freeism 4484   2011-10-28 2020-03-15 15:26
숨그네(Atemschaukel) 지은이 : 헤르타 뮐러(Herra Müller) 옮긴이 : 박경희 출판사 : 문학동네(2010/04/05) 읽은날 : 2011/10/25 담담하다. 그래서 더 서글픈 것일까. 현대사의 질곡에 묻혀버린 인생들이 깨어났을 때 세상 속...  
201 만화 신들의 봉우리(神神の山嶺) -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 freeism 4478   2011-09-11 2020-03-15 15:26
신들의 봉우리(神神の山嶺, 1~5) 지은이 :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 원 작 : 유메마쿠라 바쿠(夢枕獏) 옮긴이 : 홍구희 출판사 : 애니북스(2009/09/17) 읽은날 : 2011/09/10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게이가 에베레스...  
200 한국 유랑가족 - 공선옥 freeism 4476   2011-05-03 2011-05-03 02:36
유랑가족 지은이 : 공선옥 출판사 : 실천문학사 (2005/03/31) 읽은날 : 2005/06/27 ‘공선옥’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랐기에 쉬 손에 잡히지 않던 책이었다. 그러다 독서토론회를 한다는 광고와 이 책을 설명해놓은 문구에 호기...  
199 산문 인연 - 피천득 freeism 4450   2011-04-30 2011-04-30 01:31
인연 지은이 : 피천득 출판사 : 샘터 (1996/05/20) 읽은날 : 2004/07/28 1. 무더운 여름의 저녁이다. 콱 막힌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펼쳐든다. 2단까지 올려진 선풍기에서도 더운 입김만 품어져 나온다. 숨까지 턱턱 막히는 답...  
198 인문 20세기 우리 역사 - 강만길 freeism 4448   2011-04-12 2011-04-19 00:02
20세기 우리 역사 지은이 : 강만길 출판사 : 창작과 비평사 (1999/01/25) 읽은날 : 1999/09/07 우리가 몰랐었던, 알고는 있지만 미쳐 생각하지 못한 우리 역사의 단면들을 서술해 놓았다. 그래서 약간은 전문적이지만 '강의' 형...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