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캐비닛

지은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2006/12/17)

읽은날 : 2012/10/22


캐비닛  

   살인청부업자라는 독특한 소재를 맛깔스럽게 요리해낸 <설계자들>을 통해 작가 김언수를 알게 되었지만 그는 이미 <캐비닛>이라는 발칙한 소설로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나는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그의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킨 화제작을 뒤늦게 펼쳐들었다.
 
  주인공이 회사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캐비닛에는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 사이, 즉 종의 중간지에 있는 사람"(p30)에 대한 자료가 있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심토머'라고 했다.
  <캐비닛>에는 "진화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p33) 심토머의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손가락에서 나무가 자라는 사람이나 도마뱀을 입에 넣고 다니는 여인, 기억을 재구성하거나 고양이가 되고 싶은 사람, 시간이 사라져버리는 여인 등 <믿거나 말거나>에서나 나올법한 기괴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교모하게 비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얼 하고 싶은지도 모른 체 멍하게 살아갔으며 근시안적인 태도로 자연을 마구 훼손했다. 스펙으로 점수화된 사랑은 더 이상 진실할 수 없었고 시간에 묶인 체 계획과 규칙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캐비닛>은 빈틈없이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 느긋하게, 이웃과 주변 환경도 둘러보면서 띄엄띄엄 살아볼 것을 은연중에 '썰'한다. 자기가 없다고 직장이 돌아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니 지나친 근심,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말이다.

 

  기괴한 이야기로 우리들의 허점을 파고드는 김언수님의 글은 놀랍기만 하다. 허구의 언저리를 돌며 멋지게 풀어놓는 그의 ‘구라’는 단순한 유희거리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했다. 결국, <설계자들>에서 보여준 그의 기량이 한 순간 타오르다 마는 불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었다. 그의 다음 작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


  .    

 

분류 :
한국
조회 수 :
5430
등록일 :
2012.10.22
22:27:29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60761&act=trackback&key=a0a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6076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287 산문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2011-04-28 3530
286 외국 내가 나인 것 (ぼくがぼくであること) - 야마나카 히사시 (山中 恒) 2011-04-28 5011
285 한국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2011-04-28 5177
284 한국 순정- 성석제 2011-04-28 3898
283 한국 관촌수필 - 이문구 2011-04-28 3951
282 한국 칼의 노래 - 김훈 2011-04-28 3676
281 산문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하네 - 김나미 2011-04-28 5363
280 산문 날다 타조 - 이외수 2011-04-28 3480
279 한국 현의 노래 - 김훈 2011-04-28 3612
278 한국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2011-04-30 3493
277 외국 난초도둑 (The Orchid Thief) - 수잔 올린 (Susan Orlean) 2011-04-30 4070
276 한국 지상의 숟가락 하나 - 현기영 2011-04-30 5023
275 외국 운명 (Sorstalansag) - 임레 케르테스 (Imre Kertesz) 2011-04-30 3911
274 산문 인연 - 피천득 2011-04-30 4403
273 외국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 댄 브라운 (Dan Brown) 2011-04-30 4051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