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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폭력사회 (Traktat Über Die Gewalt)


지은이 : 볼프강 조프스키 (Wolfgang Sofsky)
옮긴이 : 이한우
출판사 : 푸른숲 (2010/03/10)
읽은날 : 2010/04/08


폭력사회  볼프강 조프스키는 말했다. 인간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를 형성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질서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만드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유지하는 것이지 않던가! 기존의 질서에 방해되는 일탈자를 구별해내기 위해 규율이 만들어졌고 공익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사람들을 억압했다. 가중되는 억압은 폭력으로 변형되어 우리를 짓눌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폭력이 필요했다. 결국 육체적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사회와 질서가 폭력을 만들었고 이것이 다른 폭력을 유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특히, 폭력의 해방구로서의 질서가 아니라 질서의 강요로 인해 폭력이 태어났다는 말이 인상 깊다. 오랜 시간 버텨온 우리사회의 금기를 들켜버린 것 같은 조바심마저 들게 된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법률과 무기가 만들어졌지만 이 또한 거대한 조직에서 소수에게 행할 수 있는 폭력의 한 종류는 아닐까. 본인의 자유 의지와 상과 없이 타인의 논리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지 싶다. 순간, 무감각하게 살아온 우리의 일상이 억압과 폭력으로 둘러싸인 것 같이 느껴진다.
 또한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도 폭력을 유도하는 원천이며, 그 결과라고 말한다. 불완전한 육체에 영속성을 주기 위해 각종 문화가 탄생되고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해 줄 것만 같은 문화를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자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탈바꿈해 버린다. 우리가 향유하고 있던 것들이 어쩌면 폭력의 잔영일수도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와 아침에 타고 왔던 자동차 역시 노동이라는 집단폭력의 한 결과물일수도 있고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역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는 사실!
 공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기계처럼 일했지만 사소한 잘못에도 생활을 위협받았다.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동료와 후배들은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고 책상위에 수북이 쌓인 문서는 모처럼 잡은 가족 나들이를 방해했다. 회식은 침대에 몸을 맞추듯 주어진 금액을 넘지 않아야했고 보이지 않는 눈치는 술잔은 무겁게만 만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조금은 과장되게 보일수도 있지만) 일상이 어쩌면 거대한 폭력의 한 조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물론 이런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이면에 감추어졌을지 모르는 폭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책은 폭력의 원리를 기본으로 무기, 격정, 불안, 고문, 광기, 사형, 전투, 사냥, 학살, 파괴 등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냉철하고 차분하게 분석한다. 폭력의 원인과 결과, 여기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고통을 차례로 설명하고 인간 심리 깊숙이 숨어있는 무의식의 습관들을 철저하게 까발린다.
 각종 계략과 무기, 고문을 통해 사람을 죽이고 신체의 일부를 유기했다. 사형과 전쟁이라는 공인된 살인을 통해 군중을 자극했다. 이처럼 피비린내 나는 폭력 레이스는 내 감각을 무디게 점점 만든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저자거리의 휴지조각처럼 하찮게 느껴지고 그 의미마저 모호하게 다가온다.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불편함이 눈을 거북하게 만들었고 잔혹한 폭력 영화에 열광하는 오늘날처럼 내 몸의 심장도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멈출 줄 모르는 폭력의 홀로코스트에 현실이라는 완충재가 없었다면 책읽기가 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폭력의 인과관계와 그 잔혹함이 무섭게 느껴진다. 어쩌면 과거 우리의 정치사도 이러한 길을 걸어왔기에 남의 일처럼 흘려들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협박과 폭행, 감금과 고문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아 왔고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우리를 괴롭혔고 대화와 절차를 무시한 주먹구구식의 행정이 세상을 뒤덮었다. 이렇게 삐뚤어진 톱니바퀴를 맞추기 위해 등장한 것 역시 폭력이다.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 한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미군과 중동지역의 관계를 연구하는 전쟁 전문가나 인간의 폭력성에 관심을 갖는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인간 이면에 감추어진 폭력성을 관찰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다. 어쩌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불안, 절망, 고통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해봄으로써 폭력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싶다. 물론 이런 체계적인 접근도 폭력의 근원적인 원인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확대되는 것을 막아줄 수는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나친 하드코어는 책 읽는 목적을 의심케 했다. 피가 낭자하고 사지가 날아가 버리는 참혹함이 일반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심지어 폭력의 잔혹함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폭력성을 확인하고 끄집어내는 계기로 작용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앞선다.


 인문학, 조금은 낯설고 생소한 부분도 있었지만 자칫 평범하고 무의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삶의 부분들을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보는 토대가 될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이해관계에만 집중했던 신경을 좀 더 넓은 곳으로 확장시켜보면 어떨까. 언덕에 올라 숲을 보듯 인문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인문학의 진정한 힘은 일상과의 적당한 거리감에서 오는 통찰에 있지 않을까 싶다.


- p.s.
 번역의 매끄러움은 늘 감탄스럽다. 번역이나 외국어에 특별한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 좋은 번역인지 느끼게 된다. 저자의 의도를 넘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리를 최대한 낮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자의 능력이라 보고 싶다.
 <폭력사회>는 외서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과 깊이가 책 전반에 가득한 것 같다. 저자의 냉철한 분석력도 돋보이지만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전달해놓은 번역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두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분류 :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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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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