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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지은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2009/05/20)
읽은날 : 2009/11/20


내 심장을 쏴라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글을 잘 썼기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요리했기에...’ 하는 마음이 부러움과 함께 밀려왔다.
 소설이라는 걸 써 보려고 몇 날을 바동거린 적이 있었다. 평소 즐겨 써오던 여행기에 소설적 사건을 추가해 작은 단편을 하나 써보려고 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만큼은 '김훈 저리가라'였지만 이를 구성하고 써내는 능력은 갓 글 읽기를 시작한 유치원생 수준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은 많되 그것을 내 것으로 써내려갈 실력은 되질 못했다. 결국 한 움큼의 머리털만 뽑아버린 체 간단한 산문으로 마무리했었다.
 그렇게 어려운 소설을, 단편도 아닌 장편을, 그것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 자체는 부러움을 너머 범접하기 힘든 신의 경지처럼 다가왔던 게 사실이었다. 약간의 자괴감과 신에 대한 경외감이 뒤섞인 마음으로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펼쳤다.


 소설의 배경은 정신병원. 미쳐서 들어온 이들과 들어와 미쳐버린 사람들이 세상을 비웃으며 살아가는 수리 희망병원을 무대로 한다.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이곳까지 오게 된 이수명은 같은 날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끌려오는 류승민을 만난다. 하지만 첫날부터 류승민의 탈출소동에 휩싸여 호된 신고식을 치른다.
 두 젊음은 단절된 세상과의 끈을 잡기위해,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옭죄려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끝났고, 급기야 류승민은 시력마저 잃어버려 자포자기하며 현실에 멈춰 버린다.


 정신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 세상과 담을 쌓은 체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무엇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내동댕이쳤는지 모르지만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체 좀처럼 나오려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 속에 자신을 숨겨버리고 미쳐버린 세상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과는 달리 오히려 그 속에서 평안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닫혀버린 마음의 문보다 더 육중한 철문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기에.


 그들은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등진 세상을 향해 모든 열정을 쏴 버리려 한다. 계속되는 탈출 실패와 약물치료, 폭력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지금 막 시작되었다. 자유를 향한 그들의 비행에 박수를 보낸다.
 봄 햇살 같은 미소가 글 속에 녹아있는 것 같다. 봄바람 같은 간결함과 간간히 섞인 유머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잘은 모르지만 세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분류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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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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