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ism.net
   
책(Book) 여행(Tour) 사진(Photo) 잡문(Memo) 게시판(Board)  
   > 책에는...      > 책 이야기
     
 
 
- 책에는...
- 책 이야기

  [1년에 50권 읽기]
   - 2012년 (30)
   - 2011년 (33)
   - 2010년 (59)

책에는...

순정


지은이 : 성석제
출판사 : 문학동네 (2000/12/06)
읽은날 : 2003/12/12


순정 가자! <순정>이란 이름으로 가장한 성석제님의 ‘구라’속으로...
이 새롭고도 신나는, 엉뚱한 여행의 주인공으로는 좀도둑질에 만족하지 못한 체 한 여심(女心)을 도둑질하려는 이치도가 등장한다. 그는 한때 수많은 남정네를 설레게 했던 춘매의 아들로 우연히 왕학을 대부로 맞아 도둑질의 근본이념을 익히지만, 그의 딸 두련에게 그만 ‘뿅!’ 가 버리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한마디로 한 도둑놈(이치도)를 중심으로 한 각 남녀들의 사랑법, 지고지순(?)한 순정을 성석제님의 기똥찬 말 빨로 얘기하고 있다.


마치 혓바닥으로 요리조리 굴려먹는 사탕의 달콤한 느낌이랄까. 입안에 달달한 침이 고이면서 이빨에 부딪치는 사탕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하지만 그 맛이 너무 강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입안이 텁텁해지고, 혀가 둔감해지는 느낌이다.
석제님의 단편에서 느낀 강열하고 화려한 글맛은 장편이라는 긴 시간 속에선 그 빛이 발산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새로우면서 발칙하기까지 한 글 형이지만 그 사용빈도가 높아지면서 정형화되는 느낌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다음 대사기 머리에 떠오르는 그런 코미디프로처럼...


또한 너무 잔재미에 치우쳐서인지 극 전개부분은 다소 미약하게 느껴진다.
성석제님의 화려한 글 빨에 가려 정작 이치도라는 인물의 설정이나 내면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내지 못한 것 같고 모범소녀 왕두련이 갑자기 날라리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혹사하면서까지 타인을 보살피는 천사(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가 되어있는 부분 역시 이상하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이치도의 스승(스승이란 부분도 쪼매 애매하다)인 왕학은 난데없이 일본에서 우리문화재를 도둑질해 와서는 뜬금없이 박물관에 기증한다.
마지막 부분 역시 ‘문득 눈을 뜨니 모든 게 간밤의 꿈이었다.’ 식으로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이치도와 그 주변사람의 거짓말 같은 삶이나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태자관의 허상을 마지막까지 끌고 감으로써 ‘순정’이라는 부분을 더 강조하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의 무게중심이 말미에 엉뚱한 곳으로 옮겨가 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마약중독의 금단현상과 같이 한번 길들여진 ‘성석제표’ 맛은 쉬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언제고 다시 한번 성석제님의 소설을 집어들 것 같다.

분류 :
한국
조회 수 :
3832
등록일 :
2011.04.28
23:41:06 (*.182.220.169)
엮인글 :
http://freeismnet.cafe24.com/xe/index.php?document_srl=808&act=trackback&key=f5b
게시글 주소 :
http://freeismnet.cafe24.com/xe/80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19 산문 인연 - 피천득 2011-04-30 4316
118 외국 운명 (Sorstalansag) - 임레 케르테스 (Imre Kertesz) 2011-04-30 3837
117 한국 지상의 숟가락 하나 - 현기영 2011-04-30 4955
116 외국 난초도둑 (The Orchid Thief) - 수잔 올린 (Susan Orlean) 2011-04-30 3968
115 한국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2011-04-30 3440
114 한국 현의 노래 - 김훈 2011-04-28 3547
113 산문 날다 타조 - 이외수 2011-04-28 3375
112 산문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하네 - 김나미 2011-04-28 5285
111 한국 칼의 노래 - 김훈 2011-04-28 3616
110 한국 관촌수필 - 이문구 2011-04-28 3894
» 한국 순정- 성석제 2011-04-28 3832
108 한국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2011-04-28 5105
107 외국 내가 나인 것 (ぼくがぼくであること) - 야마나카 히사시 (山中 恒) 2011-04-28 4916
106 산문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2011-04-28 3451
105 산문 학교종이 땡땡땡 - 김혜련 2011-04-28 4520
     
Since 1998. freeism.net
by moon sung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