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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2017년 양산 트라이애슬론대회 수영 훈련 참가기) 

 

 

제2회 양산시장배 황산 전국철인3종대회(KTF시리즈) 포스터

 

양산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장 모습


  대학교에 다닐 때는 종종 도강(盜講, 훔칠 도, 익힐 강)하기도 했다. 관심 있던 건축과, 사학과를 돌며 몰래 수업을 듣기도 했고, 친구를 따라서, 혹은 여자를 따라서...

  하지만 오늘 도강은 말 그대로 도강(渡江, 건널 도, 강 강)이 되었다. 양산 황산문화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제2회 양산시장배 황산 전국철인3종대회(KTF시리즈)"의 수영 공식 훈련시간을 이용해 낙동강에 몸을 담근 것. 주말 새벽의 해운대와 같이 입수하는 사람이나 동행이 많으면 별 상관없겠지만 오픈워터는 늘 위험이 따르기에 쉽게 입수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오늘처럼 대회전에 공개적으로 마련되는 연습행사는 안전이 보장된, 믿고 덤빌 수 있는 물놀이장이라 할만 했다. 다행히 함께 바다수영을 즐기는 지인이 동행했기에 더욱 안심하고 뛰어들 수 있었다.

 

  4시부터 시작된 수영 훈련 시간에 맞춰 슈트를 입고 수모, 물안경을 꼈다. 두툼해진 허리살 때문에 슈트가 작아져버린 느낌이랄까. 하지만 코르셋을 입은 것 같이 꽉 낀 슈트는 물컹해진 지방을 근육 덩어리로 바꿔주는 것 같았다. 검푸른 낙동강 물에 긴장된 몸에 점점 자신감이 차올랐다.

  출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입수 준비로 바빴다. 우리는 비스듬하게 만들어진 경사로를 통해 천천히 입수했다. 일단 얼굴에 물을 한 번 적신 후 고무로 마감된 목 부분을 살짝 당겨 강물을 약간 끼얹었다. 가슴골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함은 슈트 안에서 이내 덥혀져 체온과 섞였다.

 

  양 팔로 물을 가르며 평영으로 낙동강에 몸을 실었다. 슈트를 입어선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물 위에 떠오른다. 그때 미처 적응할 틈도 없이 들이닥친 잔파도가 연거푸 물을 먹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물맛이 괜찮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오늘은 괜찮은 것 같다. 아마 어제 내린 비도 한 몫 했으리라.

  몸의 균형을 맞추며 한 팔을 뻗어 크롤영(자유형)으로 자세를 잡는다. 반환점까지 이어진 안전선을 오른 쪽으로 끼고 서서히 물살을 안았다. 손끝에서 일어나는 거품이 얼굴을 스치듯 다가온다. 햇빛은 연한 빛을 띠며 사선으로 물속을 비춘다. 물을 밀어낸 오른쪽 손이 다시 앞으로 뻗을 때 크게 호흡을 들이키며 노란색 부표가 매달린 안전선을 확인한다. 발아래로 빌려나는 물방울과 부표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해줬다.

  간간히 고개를 들어 커다란 노란색 반환점을 확인했다. 당장의 목표는 저 곳.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팔의 각도를 신경 쓰면서, 과녁이 되어버린 반환점을 쫓아 조금씩 나아간다. 물 밑은 쑥색의 그림자만 있을 뿐 비어있었다.

 

  1차, 2차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향했다. 사실 이번 수영은 다음 달에 경주 보문호에서 열리는 경주 트라이애슬론대회를 위한 연습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실내 풀장에서만 수영을 했지 바다와 같은 오픈워터를 경험해 본 것은 처음이라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들을 보고 마음이라도 잡을까하고 온 것이 더 큰 이유였다.

  함께 입수했던 일행은 조금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다. 마라톤을 늘 하던 분이라 급하거나 서두름이 없다. 오픈워터 수영도 마라톤처럼 서두르거나 오버 페이스를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속도와 페이스로 수영(1.5km)해야 사이클(40km)과 달리기(10km)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쏟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힘을 배분해야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인생처럼 말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겠지만.

 

  어느 틈에 수영 코스 한 바퀴(약 750m)​를 돌아 골인 지점에 도착했다. 물론 실제 경기에서는 두 바퀴를 돌아야 하지만 대부분 내일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인지라 간단히 몸을 푸는 정도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수영을 배운 이후로 실내외 수영장이나 바다에서는 수영을 해봤지만 낙동강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바다처럼 거칠거나 짜지 않아서 좋고, 민물이나 수영 후에도 정리하기 편했다. 그리고 도시와 맞닿아 있어 가깝고 수영 이외에도 러닝이나 사이클링을 할 수 있는, 심지어 캠핑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되어 좋았다.

  비록 이번 양산대회를 신청하고 연습에 참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산, 경남을 젖줄인 낙동강을 온 몸으로 경험해 보고, 트라이애슬론 ​대회의 긴장감을 느껴볼 수 있었던 멋진 '도강'이었다.

 

양산 트라이애슬론 경기 코스

 

도강, 아~ 물맛 좋~타

  

 

- 20170513

  양산 트라이애슬론 대회 전날, 황산문화체육공원에서

  제2회 양산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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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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